대장암은 우리 몸에서 소화 기능의 가장 마지막을 담당하는 대장에 생기는 암이다. 환자 대부분은 고령층이다. 우리나라 고령 인구가 늘면서 대장암 환자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대장암은 2020년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많이 발생한 암이다.
임석병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대장암센터 소장)를 만났다. 임 교수는 “금연과 모든 음식을 골고루 적당히 먹는 게 중요하고,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며 “다만 대장암과 돼지고기·소고기 같은 붉은 육류 섭취와 관련 있다고 고기를 전혀 먹지 않는 ‘극단적 채식주의’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설사와 혈변이 대장암의 주요 증상인가.
“설사·혈변 등의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은 사람 대부분은 대장암이 아닐 때가 많다. 대장암은 다른 암처럼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너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때가 많다.
대장암이 많이 진행되면 갑자기 변을 보기 힘들어지거나 변 보는 횟수 등 배변 습관 변화, 설사·변비 또는 배변 후 변이 남은 느낌, 선홍색 또는 검붉은색 혈변, 예전보다 가늘어진 변, 체중 감소 등의 자각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대부분 정기검진으로 발견된다. 대장암뿐만 아니라 암을 빨리 발견하고 치료하려면 정기검진이 필수다.”
-대장암 수술은 복강경·로봇 수술 중 어느 것이 좋은가.
“진료를 하다 보면 수술을 앞둔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다. 가장 좋은 수술법은 없다. 개복(開腹) 수술, 복강경 수술, 로봇 수술 모두 장단점이 있다.
개복 수술은 환자 배를 비교적 크게 절개해 집도의가 직접 대장을 손으로 만지며 수술하는 방법이다. 복강경 수술은 배에 4~5개의 작은 구멍을 만들고 복강경 수술 기구를 넣어 집도의가 도구를 조작해 수술하는 방법이다. 수술 과정에서 작은 구멍만 몇 개를 내다보니 흉터, 통증 등이 적다. 로봇 수술도 환자 배의 작은 구멍 몇 개를 만들어 로봇 수술 기구를 넣어 수술한다는 점에서 복강경 수술과 비슷한데, 다른 점은 집도의가 원격으로 수술 도구를 조종한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암 치료 성적에 있어서 수술 방법 간 차이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마다 종양 크기, 진행 상태, 주변 조직 침범 정도가 다르기에 환자와 주치의가 모든 요소를 고려해 수술법을 정한다. 절대적으로 어떤 방법이 좋다고 말할 수 없다.
최근에는 내시경 시술이 크게 발달해 대장암이 조기 발견되면 일부는 특수한 칼이 달린 내시경으로 대장암을 절제하는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ESD)’이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수술이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내시경으로 종양이 잘 제거됐더라도 종양 깊이가 점막하층 아래쪽까지 침범해 있거나 내시경으로 떼어낸 경계선에 암세포가 없는 걸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조직 검사로 몇 가지 위험 요소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대장 절제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대장암 예방을 위해 붉은 육류는 먹지 말아야 하나.
“그렇지 않다. 돼지고기·소고기 같은 붉은 육류가 대장암 발생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는 사람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물론 붉은 육류를 많이 섭취하는 나라일수록 대장암 발생률이 높다. 하지만 붉은 육류를 섭취하지 않고 식이섬유·채소만 먹으면 대장암 발생률이 오히려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따라서 균형 있는 식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음식을 골고루 적당량 섭취해야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음식 재료 하나하나를 체크하면서 식사하는 것은 사실 어렵다. 몸에 확실히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것만 먹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을 골고루 적절히 섭취하는 것이다.
대장암과 식이 요인과 관련해 아직 확실한 연관 관계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붉은 육류 외에도 동물 지방·가공육·알코올·설탕 같은 정제된 탄수화물 섭취와 비만 등이 대장암의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를 통해 섭취된 식이섬유는 대장암 발생을 막는 역할을 하며 시큼한 과일·암녹색(짙은 초록색) 채소·말린 콩 등도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이를 골고루 섭취하는 게 좋다.
또한 혹시 흡연하고 있다면 반드시 금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흡연은 모든 암 발생의 위험 인자다. 대장암 발생과 흡연이 관계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장암 발생에도 흡연은 매우 큰 위험 인자다.”
-대장암 치료 결과는 어떤가.
“국내 대장암 치료 성적은 이전에 비해 매우 좋아졌다. 국내 대장암 5년 생존율이 80%에 육박하는데 미국이나 일본, 캐나다 등 의료 선진국을 넘어선 수치다. 치료 방향을 세우기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외과·내과·방사선종양학과·병리과 등 관련 의료진이 한자리에 모여 진료하는 통합 진료 시스템이 활성화됐고, 국내 외과 의료진의 수술 노하우도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아산병원은 연간 2,000건, 누적 3만6,000건 정도의 대장암 수술을 시행했는데,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치다.
또한 정기검진이 활성화돼 조기 발견이 늘어난 점도 치료 성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모든 암이 그렇듯 대장암도 마찬가지로 예방도 중요하지만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50세 이후에 대장암 발생률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90% 이상의 대장암 환자가 50세 이후에 진단된다. 따라서 50세 이후부터는 국가 암 검진에 포함돼 있는 대변 잠혈 검사 뿐만 아니라 대장 내시경검사를 주기적으로 하는 게 좋다. 가족력이 있다면 더 이른 나이부터 시행해도 괜찮다. 조기 발견하면 내시경 시술로도 대장암을 절제할 수 있으며, 수술이 필요해도 수술 범위가 상대적으로 작아 대장암이 진행된 상태로 진단됐을 때보다 건강하게 일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더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