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오늘의 대한민국, 유엔군 희생 위에"… '정전 70주년' 위령탑 참배·훈장 수여

입력
2023.07.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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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 정전협정 70주년 기념식
"위대한 영웅들 영원히 기억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맞아 "오늘의 대한민국은 유엔군의 희생과 헌신, 그리고 피 묻은 군복 위에 서 있다"며 참전용사들의 뜻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자유를 위해 연대한 유엔군의 희생이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전 70주년의 의미를 강조했다. 기념식에 참석한 생존 참전용사들을 직접 맞이하고, 이에 앞서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유엔군 위령탑을 참배했다.

尹 "자유 가치 미래세대에 이어지도록 최선"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이날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개최된 유엔군 참전의날·정전협정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헌신으로 얻은 자유, 동맹으로 이룰 미래'를 주제로 진행된 기념식에는 유엔군 참전 22개국 대표단이 참석했다. 6·25전쟁에 전투병력을 파병한 16개국(미국·영국·캐나다·튀르키예·에티오피아 등)과 의료지원에 나선 6개국(노르웨이·덴마크 등)이다.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는 1950년 7월 1일 유엔군 최초로 6·25전쟁에 파병된 미군 스미스 특수임무부대가 도착한 수영비행장이 있던 장소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유엔군 사령부의 역할은 유엔의 역사에서도 유일하며, 무엇보다 자유를 위해 연대하겠다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고 강조했다. 참전용사들을 향해서도 "여러분의 희생과 헌신으로 공산 전체주의 세력으로부터 자유를 지켜낼 수 있었다"고 희생을 기렸다.

이어 "전쟁의 참혹한 상처와 폐허를 딛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눈부신 성장과 번영을 이룰 수 있었다"며 전후 성장한 한국의 모습을 소개했다. 기념식 장소인 부산에 대해서도 "피란민의 도시에서 세계 제2위의 환적항이자, 글로벌 물류 허브로 발돋움했다"며 "이제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세계박람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유엔군의 희생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뜻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 세계 13개국에서 국군 장병 1,000여 명이 해외 파병을 통해 국제사회의 평화유지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은 지난 70년간 지켜온 자유의 가치가 미래세대에게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위대한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거듭 참전용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62명 유엔군 참전용사 일일이 영접… 포상도 수여

윤 대통령은 기념식에서 유엔군 참전용사 62명을 직접 한 명 한 명 영접하고, 자리를 찾아가 악수를 나누며 예우했다. 유엔군 참전용사와 유족 2명에겐 정부 포상을 수여했다. 호주 멜버른에 한국전참전기념비 건립을 주도했던 호주군 참전용사 토머스 콘론 파킨스 일병의 유족에게 국민훈장 석류장을, 미국 한국전참전기념비 건립과 한미관계 발전에 기여한 도널드 리드 참전용사에게는 국민포장을 직접 수여하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행사에선 파병 10주년을 맞은 남수단 한빛부대 장병들이 국민의례 때 국기에 대한 맹세를 낭독했고, 미 해병대 1사단 소속으로 장진호 전투에 참전한 패트릭 파인 미국 참전용사와 2019년 영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최고령으로 출연해 우승한 콜린 태커리 참전용사가 연합합창단과 함께 '어메이징 아리랑'을 합창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이에 앞서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찾아 참배했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은 유엔군 소속으로 싸운 국군 장병 36명을 비롯해 미국·영국·호주·캐나다·프랑스·튀르키예·네덜란드·노르웨이·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참전한 전몰장병 2,320명의 유해가 안장돼 있는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다.

윤 대통령은 방명록에 "유엔군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은 대한민국 자유와 번영의 초석"이라고 쓴 뒤 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와 룩셈부르크 국기를, 데임 신디 키로 뉴질랜드 총독 부부와 뉴질랜드 기념비를 참배했다. 이들과 동행하며 윤 대통령은 "바로 이곳으로 룩셈부르크, 뉴질랜드 등 유엔군이 들어와서 우리나라를 침략한 공산국가와 맞서 싸웠다"며 "전쟁 당시 임시 수도였고, 전국 대학도 전쟁 중 이곳에 전시 연합대학을 만들어 고등교육을 계속했다"고 부산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맷 키오 호주 보훈부 장관, 패트리샤 미랄레스 프랑스 보훈담당 국무장관, 대럴 심슨 캐나다 보훈부 정무차관 등 이날 참석한 유엔 참전국 정부대표단 모두와 함께 유엔군 전사자를 추모하기 위해 1978년 건립된 유엔군 위령탑을 찾아 참배했다.


"한미동맹은 전 세계 자유, 평화, 번영의 핵심축"

한편, 정전 70주년을 맞아 한미 정상은 한미동맹이 세계 평화와 안전, 번영의 핵심축임을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포고문을 통해 지난 4월 미국을 찾은 윤 대통령과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방문한 사실을 언급하며 "동맹이 국경을 공유해서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안보, 자유 등 가치를 공유하는 데서 탄생했다는 사실을 엄숙히 상기시켜 주는 자리였다"며 "오늘 이런 가치는 여전히 한반도에서 함께하는 수천 명의 한미 장병들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은 우리가 공유하는 힘의 원천이며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 그리고 갈수록 전 세계의 평화, 안정, 번영의 핵심축이 되도록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자유와 평화, 번영의 핵심축이라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화답했다.

김현빈 기자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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