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 지휘부가 사적 모임에서 '16첩 반상'을 주문하는 등 갑질 논란이 빚어진 육군 9사단 복지회관 내에서 △상습 폭행 △성추행 △가혹행위가 만연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육군은 감찰을 통해 실태를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군인권센터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9사단 백마회관 관리관인 A상사가 부당한 지시와 폭행을 일삼는 등 상습적으로 병사들을 괴롭혔다"고 밝혔다. 관리관은 백마회관 시설 전반을 관리하고 10명의 회관병을 통솔하는 책임자다.
센터에 따르면, A상사는 사단 지휘부의 요구를 적극 이행해 사적 모임에 특식을 제공하는 일에 가담했다. 지난해 8월 관리관으로 부임한 그는 김진철 전 9사단장(현 육군본부 군수참모부장)이 참석한 조선대 학군단 총동문회 만찬 자리를 위해 회관병들에게 수제 티라미수를 내도록 했다. 또 소주병에 '조선처럼'이라는 스티커를 붙이도록 하는 등 지휘부 요청을 적극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4월 정광웅 사단장 취임 행사를 앞두고는 회관병들에게 메뉴에 없는 고등어 백반 정식 70인분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A상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기 아들 생일에 수제 티라미수를 요구하거나, 점심시간을 넘겨 지인들과 식사를 한 뒤 뒷정리를 사병들에게 맡기는 등 병사들을 사적 업무에 동원한 의혹을 받고 있다.
병사들을 상습 폭행하고 성희롱했다는 제보도 접수됐다. 군인권센터는 A상사가 평소 플라스틱 도끼 장난감과 파슬리 통으로 회관병들을 때렸다는 의혹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또 야간 회관 영업이 끝나면 사병들을 트렁크에 태우고 과속방지턱을 빠르게 넘어가는 등 가혹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도 있다. 식사 자리에서 고추를 집어 들며 "OO이 고추다"라고 말하는 등 병사들을 성희롱했다는 신고도 들어왔다.
앞서 군인권센터는 9사단 지휘부가 회관병들에게 16첩 한정식, 홍어삼합, 티라미수 같은 별도 메뉴를 주문하거나 사적 용도로 복지회관을 쓰는 등 황제 특혜를 누렸다고 주장했다. 센터 측은 "관리관을 대상으로 한 징계와 형사조치는 당연하고, 전 사단장 등 지휘부에 대해서도 보직해임에 준하는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했다.
육군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입장을 내고 "27일부터 감찰을 통해 해당 부대의 실태를 파악하고 추가로 제기된 사항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각 부대에서 운영하고 있는 모든 복지회관을 상대로 관리병들의 애로사항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