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어게인) 2015'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네 번째 출전한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위한 해결책은 이젠 무패와 다득점뿐이다. 무조건 조별리그 H조 2차전 상대인 모로코를 격파해야 승산이 있다. 8년 전 기적을 이뤄내려면 확실한 해결사도 필요하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은 30일 오후 1시 30분(한국시간) 호주 애들레이드의 쿠퍼스 스타디움에서 모로코와 16강 진출을 위한 한판 대결을 펼친다. 독일에 0-6으로 대패한 모로코는 이 대회 '한 경기 최다 실점'의 불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덤빌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현재 H조 3위(승점 0·골 득실 -2)다. 지난 25일 조별리그 H조 첫 경기인 콜롬비아전에서 초반 중원 싸움에 밀리지 않고 탄탄한 수비로 월등한 기량을 뽐냈다. 그러나 수비의 핸드볼 반칙 실수로 페널티킥 골을 내주면서 급격히 기세가 꺾였고, 골키퍼의 실수로 내준 골은 더욱 뼈아팠다. 만회할 기회가 있었지만 우리만의 페이스를 찾지 못하고 무너진 게 아쉬웠다.
그러나 한국은 고비를 잘 넘긴 경험이 있다. 2015년 캐나다 월드컵 당시 한국은 '우승 후보' 브라질과 '강호' 스페인, 그리고 코스타리카와 E조로 묶였다. 1차전은 브라질에 0-2로 패했다. 사활을 건 2차전인 코스타리카전에 아쉽게 2-2로 비긴 한국은 스페인을 맞아 2-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8년 전과 똑같은 상황이다. 무조건 모로코를 잡아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골만 터지면 승산이 있다. 한국은 역대 여자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단 한 차례도 선제골을 넣은 적이 없다. 상대가 먼저 골을 넣은 뒤 만회골을 터뜨렸다. 그렇게 기세를 올린 뒤 스페인전에선 대역전극을 쓰며 기적을 만들어냈다.
다득점을 위해선 해결사가 필요하다. 콜롬비아전에서 해외파 이금민(브라이턴)과 조소현(토트넘) 등이 상대의 골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골키퍼에 막혔다. 피지컬을 겸비한 대담한 플레이어가 절실하다. 콜롬비아전 패배에도 희망은 봤다. 16세 26일로 콜롬비아전에 데뷔한 혼혈 선수 케이시 유진 페어(PDA)의 활용이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페어는 남녀 월드컵 사상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웠다. 어린 선수지만 양발을 사용하는 기술은 물론 상대를 앞에 두고도 저돌적으로 돌파하는 대담한 플레이가 탁월하다. 178㎝ 신장에서 나오는 파워 넘치는 기량은 후반 33분 교체 투입돼 짧았지만 인상 깊었다.
역대 월드컵에서도 당찬 10대들이 결과를 바꿔놓았다.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브라질의 마르타는 17세 때 첫 출전한 2003년 미국월드컵 조별리그에서 2골을 기록하며 고국의 16강 진출을 도왔다. 콜롬비아의 린다 카세이도는 18세의 나이로 이번 한국전에서 쐐기골을 터뜨렸다.
벨 감독은 남은 경기에서 페어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페어는 한국 축구팀의 미래다. 우리에겐 체력을 갖춘 강하고 빠른 선수가 필요한데, 페어는 속도와 힘을 가지고 있다"며 선발 명단에 변화를 줄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