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 덕 적자 폭 줄인 하이닉스, "1분기가 바닥" 주장한 까닭은

입력
2023.07.27 10:30
2분기 2조8,821억 영업손실...3분기 연속 적자
HBM 덕 매출 늘리고 손실은 줄여
"고성능 제품 중심으로 실적 개선"


SK하이닉스가 올해 2분기에도 반도체 시장 침체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2조8,821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세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상반기 적자만 6조3,000억 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회복 국면"이라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인공지능(AI) 개발 열풍이 불면서 이를 뒷받침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프리미엄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26일 공개한 올해 2분기(4∼6월) 실적에 따르면 이 기간 매출은 7조3,059억 원을 기록, 지난해 2분기 대비 47%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조8,821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이어 세 분기 연속으로 적자다.

다만 지난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44%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15% 줄었다. 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에 매출 5조881억 원, 영업손실 3조4,023억 원으로 SK그룹 편입 이후 분기 기준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는데 일단은 반등 계기를 잡았다.



"AI에 쓰이는 HBM·그래픽용 D램, 전체 D램 매출 20% 돌파"



추락하던 SK하이닉스의 실적을 붙잡은 것은 HBM과 차세대 D램(DDR5) 등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다. 지난해 말 등장한 챗GPT를 계기로 전 세계 주요 기술기업(빅테크)들이 앞다퉈 생성형 AI 개발에 속도를 냈는데 이것이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급증으로 이어졌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AI용 서버는 더 빠른 연산 처리를 위해 일반 서버 대비 2~8배 많은 메모리를 쓰고 있다"며 "고성능 제품을 채용하기 때문에 수요뿐 아니라 수익성 측면에서도 (회사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에 따르면 AI 서버에 주로 쓰이는 HBM과 그래픽용 D램의 매출 비중은 그동안 전체 D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했지만 지난해 4분기 10%를 넘은 이후 빠르게 성장해 2분기에는 전체 D램 매출의 20%를 넘어섰다.

AI 서버를 뒷받침할 메모리 반도체로 고가의 최신 제품인 HBM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은 더 반갑다. 하이닉스가 4세대 HBM인 HBM3을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하이닉스의 올해 HBM 시장 점유율이 전체의 50%를 넘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범용 제품 가격은 여전히 하향세... "낸드 추가 감산"



AI발 온기가 아직 메모리 시장 전반으로 미치지는 못한 상태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에도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평균 0∼5%, 낸드플래시 가격은 3∼8%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이닉스 역시 범용 D램인 DDR4나 낸드플래시는 여전히 완제품 생산 기업들의 재고 수준이 높아 수요가 프리미엄 제품에 비해선 약세라고 진단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이동식 디스크 등이 주사용처인 낸드는 AI 개발 경쟁으로 인한 수요의 직접 영향권 아래 있지 않아 상황이 더 어렵다. 이 때문에 하이닉스는 낸드만 5∼10% 수준의 추가 감산을 진행해 재고 정상화 시점을 앞당긴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AI 열풍이 이어지면 이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일반 서버 수요도 늘어날 것이고 자연스레 시장 회복과 실적 개선의 시기가 올 것이라는 게 하이닉스의 계산이다. 김 부사장은 "고성능 제품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실적을 개선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