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이 조 바이든 대통령 탄핵 이슈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의 각종 비리를 직격하며 25, 26일(현지시간) 연달아 탄핵 추진 가능성을 시사한 것. 바이든 대통령 탄핵은 그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를 비롯한 강경파 사이에서 주로 회자됐지만, 하원 대표인 매카시 의장이 거론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매카시 의장은 전날 의회 연설에서 "공화당 하원은 바이든 가족 재정 문제에 대해 제기된 의문을 조사해야 한다"며 "탄핵 조사를 통해 의회는 진실을 밝힐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24일에도 미 폭스뉴스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 가족의 비리 의혹이) 현재 탄핵 조사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은폐하다 하원의 탄핵 표결 직전 자진 사퇴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도 언급했다.
'탄핵 조사'는 대통령 탄핵 사유와 관련 있는 하원 상임위원회의 조사로, 탄핵 소추의 사전 단계다. 매카시 의장은 탄핵 조사를 실제 시작할지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최근 공화당은 탈세 혐의를 받는 헌터의 기소를 법무부가 막았고, 그 과정에서 외압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조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정부의 부통령이던 시절 헌터가 중국투자 전문 사모펀드를 운영하며 거액의 '차이나 머니'를 챙기고, 우크라이나 천연가스회사 부리스마 사외이사를 지내면서 고액 연봉을 받은 것도 도마에 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이 당시 우크라이나에 원조를 제공하는 대가로 부리스마의 비리 수사 중단을 압박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헌터는 바이든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린다.
매카시 의장은 그간 바이든 탄핵론에 거리를 둬 왔다. 그의 태도 변화를 두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1·6 의회 난입 사태에 연루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세 번째 기소로부터 여론의 관심을 돌리고, 탈세 혐의로 26일 첫 재판을 받는 헌터 바이든을 표적 삼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다. 그가 하원의장 선출 과정에서 당내 극우 강경파 조직인 '프리덤 코커스'의 비토를 당해 15차례 투표 끝에 간신히 당선된 만큼 당내 강경파를 의식한 것일 수도 있다.
다만 매카시 의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박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내가 그렇게 보이느냐"라고 반문하며 실소했다고 AP는 전했다. 그는 당내 대선주자 중 누구를 지지할지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공화당이 실제 탄핵 버튼을 누를지는 미지수다. 탄핵안이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가결된다 해도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에서 부결되면 탄핵안은 폐기된다. 공화당만 정치적 내상을 입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선 매카시 의장의 탄핵 언급을 공화당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바이든 대통령의 비위를 부각시키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바이든이 부패했고, 잘못을 은폐했다는 암시를 줄 수 있다"고 NYT는 전했다.
백악관은 직접 대응하지 않았다. 이언 샘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위터에서 "미국인이 직면한 문제에 주력하는 대신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진실과 무관하게 대통령을 쫓아다니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