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의 난'이란 표현이 있었다. 2년 전 당시 금융위원장은 새로이 떠오르는 가상자산(코인)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가 여론의 비웃음과 정치권의 비난에 직면했다. 꼰대적 발상이다, 시대착오적이다, 혁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들은 '구태의연한 관료'에 맞서 "혁신의 상징"인 코인을 옹호하고 자신의 정치도 젊음인 양 취했다. 코인으로 돈을 벌어 선거자금에 보탰다는 정치인과 코인을 배우려고 돈을 넣었다가 손해를 봤다는 정치인이 자랑스레 서로를 띄웠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의정활동 중 코인 거래를 했고, 그 과정에서 '내부정보'를 얻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을 제명하란 권고가 나왔다. 동시에 코인을 보유했다는 여야 의원 11명을 향해서도 이해충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 의원이 대량 보유했다고 알려진 코인 '위믹스' 발행사 위메이드가 지난해 말 정무위원회 소속 여러 의원실을 방문한 기록이 나오자 이들 의원에 대해서도 로비 의혹이 제기됐다. 코인과 엮이는 것만으로 '낙인'이 된다.
사실 개인으로서 '코인 열풍'을 긍정적으로 본 적이 거의 없다. 돈이 모이는 것은 확실하니 눈여겨보긴 하는데, 지지자들이 이점이나 기회라며 내세우는 근원적 가치는 너무나 불확실해 보였다. 일론 머스크 같은 '유명 인사'들이 한마디 던질 때마다 널뛰는 시세는 혹시나 하는 생각마저 접게 했다.
그럼에도 지금 정치권의 분위기는 이해가 안 된다. 마치 2년 전 그 시절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처럼 굴고 있다. 게임업계에선 "지난 대선까지만 해도 두 정당이 모두 코인과 돈 버는 게임(P2E) 합법화에 대체로 우호적인 분위기였다"고 말한다. 실제로 보이는 바가 그랬다. 정치인들의 발언 속에서, 코인 투자는 '가난한 청년들이 유일하게 기대할 수 있는 젊음과 미래의 상징'이었다. P2E를 비롯해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같은 '미래 기술'들은 코인과 필연적 연결고리가 있는 것처럼 한 덩이로 묶여 거론되곤 했다.
2년 사이 많은 게 변한 건 사실이다. 코인 시장에 겨울이 왔다. 권도형의 테라·루나 쌍둥이 코인이 무너지고 주요 거래소 중 하나인 FTX가 파산했다. 많은 사업체가 무너졌고 무수한 개인 투자자가 손실을 입었다. 새 먹거리를 기대하고 P2E나 블록체인 개발에 나서겠다 선언한 게임사들도 현재는 그저 조용히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2년 전에도, 지금도, 코인 시장은 불확실하고 이상한 프로젝트투성이다. 그런데도 당시 정치인들은 그저 코인을 사랑했다. 아마 잘 모르지만 남들이 띄우니 달려들었을 거라는 데 도지코인 1개 정도는 걸 수 있겠다. 올해 '김남국 논란'이 한창이던 가운데서도 국회 한편에선 '폰지사기'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코인 관련 업체 대표가 의원실 이름을 빌려 행사를 열었다.
상황에 따라 생각이 바뀔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게 자기를 띄우고 상대방을 공격하려는 정치적 이익만을 위한 것이라는 게 너무 뻔히 눈에 보인다. 이제야 도입한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은 사실 2년 전부터 나왔어야 했다. 그 시절 대책 없이 옹호 발언을 늘어놓던 정치인들에게서 작은 자성의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었더라면 이런 기분은 들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