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이상민 사건서 '윗선 책임' 제한... 서울청장 수사에도 영향?

입력
2023.07.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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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김광호 서울청장 처분 고심 중
헌재의 '윗선 책임' 판단 참고할 듯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청구를 기각함에 따라, 이태원 참사 원인과 대응 과정에서 '경찰 윗선'의 책임을 들여다보는 검찰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참사 당시 경찰 지휘라인의 가장 윗선으로 지목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사건을 올해 1월 경찰로부터 불구속 송치받아 반년 넘게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2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태원 참사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서부지검은 이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헌재 선고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검찰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을 구속 기소한 후, 김 청장이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공범이 되는지를 두고 장고를 거듭했다. 대검 지휘부와 수사팀은 김 청장에 대한 구속 필요성, 기소 여부 등을 두고 고민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 국내외 유사 사례를 분석하는 등 보완수사 중"이란 입장이다.

법조계에선 "헌재가 이 장관 탄핵을 기각하면서 밝힌 논리가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장관과 지방경찰청장의 법률적 지위와 권한·의무는 분명 다르지만, '윗선의 책임이 어디까지냐'의 문제에선 헌재의 판단을 참조할 만하다는 뜻이다. 이날 헌재는 기각 결정을 선고하며 "이태원 참사는 어느 하나의 원인이나 특정인에 의해 발생·확대된 것이 아니라, 그 책임을 이 장관에게 돌리긴 어렵다"며 '윗선의 법적 책임'을 무제한적으로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헌재는 △용산구청·용산경찰서 등이 참사 발생 전 위험성을 이 장관에게 별도 보고하지 않은 점 △현장 인근에 없던 이 장관이 참사 발생 보고만으로 피해 상황·규모를 파악·대응키 어려웠다는 사실 △소방재난본부장·서울청장의 협력요청이 없던 상황에 적극적·구체적 현장 지휘·감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무 불이행으로 보긴 어려운 점 등을 짚었다. 이런 정황은 현장 지휘관이 아닌 김 청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판단이지만, △예견 가능성 △관할 지휘권 △용산서 기동대 요청 여부 등에선 이 장관과 다른 잣대가 적용될 수 있어 김 청장이 쉽게 혐의를 벗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헌재 선고 이후 검찰이 부담을 덜었다는 관측도 있다. 이 장관이 탄핵됐다면 검찰로서도 김 청장에게 엄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했겠지만, 기각 결정이 내려진 만큼 기소 신중론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김 청장 처분과 관련) 방향성이 서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유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