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2일 ICBM 화성-18형을 발사하였다. 김정은은 이번 화성-18형 발사현장을 직접 참관하였으며 "미국이 적대정책을 단념할 때까지 군사적 공세를 지속하겠다"고 협박하였다. 주민들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데도 막대한 자금을 퍼부으면서 무모한 도발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의 행태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일반적으로 독재자들은 절대 권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와 알라스테어 스미스는 '독재자의 핸드북(The Dictator's Handbook)'에서 독재자들의 공통적 통치방식 몇 가지를 제시하였다.
첫째는 '공포정치'이다. 극도의 불안감을 조성하여 반란을 꿈도 꾸지 못하게 한다. 둘째는 '시스템 구축'이다. 절대 권력을 휘두를 수 있도록 권좌를 공고히 하고 맹종하는 충성그룹을 요로에 포진시킨다. 셋째는 끊임없는 '위기 창출'이다. 외부의 적을 만들어 적대감을 바깥으로 돌리고 내부결속을 도모하는 것이다. 넷째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코자 한다. 비록 독재자라고 하지만 이것이 통치의 명분이자 근간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도 지난 10년간 여느 독재자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왔다. 고모부를 총살시키고 이복형을 암살하는 등 극단적이고 패륜적인 행동으로 공포감을 조장하였다. 김여정과 최룡해, 조연준, 김덕훈 등 혈통과 충성파 및 테크노크라트들을 전면에 내세워 친위세력을 구축하였다. 4차례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끊임없이 위기를 만들고 대미·대남 적개심을 고취시켰다. 경제 문제도 나름 관심을 보이는 듯하였다. 국가경제발전계획을 수립하고 경제개선조치, 경제개발구와 살림집 건설 등 몇 가지 구상을 내놓았다. 하지만 대부분 독재자들이 그랬듯이 김정은도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 멈춰 서 있다.
김정은은 실패한 노선을 바꿀 것 같지 않다. 핵무기를 통한 세습정권 유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도자의 생각과 철학은 구성원들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주민들의 생명조차 독재자 1인에게 담보되어 있는 북한체제는 더욱 그러하다.
우리 대북정책과 전략은 김정은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데 맞추어져야 한다. 인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외면한 채 핵 도발을 지속할 경우 정권 자체가 종말을 고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북한 주민들도 이를 깨닫게 해야 한다. 김정은의 생각이 변하고 행동으로 옮겨질 때까지 원칙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새로운 출발을 앞둔 통일부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