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붕괴’에 서린 특수교육의 붕괴

입력
2023.07.26 16:00
26면
교사 폭행 사례, 대부분 특수교육 아동
특수학교·학급 부족에 부모들은 아우성
교육재정 남는데도 특수교육 강화 외면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이 칼럼을 쓰기 위해 자료조사를 하다가 이런 글을 봤다. 권유상 전 한국장애인부모회 사무처장이 ‘에이블뉴스’에 지난 3월 기고한 글이다.

“교육부가 전국의 초‧중‧고교의 남아도는 땅이나 건물을 활용해 수영장, 체육관 등 생활체육시설과 주차장을 (중략) 들어서게 한다고 발표했다. 총 1조8,000억 원의 교육교부금을 지원해 200곳 이상의 대상 학교를 선정한다고 했다. 정말 어이가 없다. 지금 특수교육 실태는 남아도는 교실이 있어도 특수학급 설치를 기피해 특수학급에 지원하는 장애인들이 먼 곳의 특수학급에 배정돼 원거리 통학을 하고 있고, 집 앞에 특수학급이 있어도 정원 초과로 원거리 학교에 배정돼 통학의 고통에 시달리거나, 아예 입학을 유예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고, 특수학교도 지원자 초과로 배정받지 못하는 장애인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배부른 파티를 즐기고 있단 말인가?” 이 글의 제목은 ‘교육부는 특수교육을 포기하는가?’이다.

최근 ‘교권 붕괴’의 이면엔 ‘특수교육 붕괴’의 그림자가 있다. ‘교권 붕괴’ 사례의 두 축은 ①학부모의 도 넘는 민원·갑질(서이초 교사 사망 관련 의혹), ②아이들의 교사 폭행이다. ②의 사례들을 뜯어보자. 서울서 담임교사를 폭행해 전치 3주의 부상을 입힌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은 정서·행동장애 판정을 받은 특수교육 대상자였다. 인천 초교에서 교사의 머리채를 잡은 학생도 일반학급과 특수학급을 오가며 수업을 받는 아이였다. 만삭의 교사를 발로 차고 침을 뱉은 아이 또한 특수학급 소속이었다. 그런데도 ‘학생인권조례가 아이들을 버릇없이 만들었다’는 식의 접근만 난무할 뿐, 정작 특수교육 지원 및 강화의 목소리는 듣기 어렵다.

무엇보다 특수학교가 턱없이 부족해 발달장애아 절반 이상이 특수학교를 다니지 못한다. 지난해 한국일보 기획 보도를 보면, 부모는 “특수학교에 가기 위해 빚내서 이사했는데 장애아가 너무 많아 입학이 별 따기”라고 절규한다.

특수교육 교사 1인당 학생 4명 담당이라는 기준이 있는데, 현장에선 더 많은 인원을 담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김기룡 중부대 중등특수교육과 교수는 “1대 1로 지도해도 어려울 정도의 중증 학생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도쿄의 경우, 특수교사와 학생 비율이 1명당 2명이라고 한다.

기간제 교사 비율은 어떤가. 특수학교의 기간제 교원 비율은 23.5%(2021년 기준)로 일반학교 기간제 교원 비율(12.1%)보다 2배가량 높다. 특수교육은 이렇게 차별받고 홀대받는다.

더욱 허탈한 점은 학령인구 급감으로 교육재정(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남아도는데도, 교육당국이 특수교육을 등한시한다는 점이다. 권유상 전 사무처장의 기고문은 이런 분노에서 나왔다.

특성에 맞는 교육·돌봄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친구를, 교사를, 부모를 때린다. 모두가 고통이다. 학생인권조례 도입으로 버릇이 없어져서가 아니라, 아픈 아이들이다. 이들을 위해 교육부는 진작에 대대적인 특수교육 강화 방침을 수립했어야 옳았다. 그래도 여전히 교사를 때리는 아이는 존재하겠지만, 희망과 가능성은 늘어나고 고통의 규모는 줄었을 것이다.

오랜 홀대에 발달장애아 부모들 사이에선 “국가는 장애아에게 돈을 쓰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말이 돌고, 실태를 살펴보면 실제로 “발달장애 아동의 교육엔 관심 없다”는 게 교육 당국의 내심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그렇다면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폭행당하는 교사’를 위해서라도 특수교육 강화·지원을 해달라고 해야 하는 판이다.

이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