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국제우편물 공포 확산, 진짜 위험 막을 계기 돼야

입력
2023.07.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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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나흘간 2,000건에 육박하는 수상한 국제우편물 발송 신고가 쏟아지며 온 국민이 불안에 떨었다. 20일 울산의 장애인복지시설에 기체 성분의 독극물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소포가 배달됐다는 신고가 접수된 이후, 유사 우편물이 전국에서 잇따라 발견되면서 빠르게 공포가 확산했다. 21일 서울 명동 중앙우체국에서는 건물에 있던 1,700명이 대피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초 신고지인 울산의 경우 소포를 개봉한 이들에게서 팔 저림 증상이 나타나 정밀 분석했지만 화학ㆍ생물ㆍ방사능 위험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 23일에도 충남 천안에 배송된 대만발 국제우편물에서 가스가 검출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졌으나 감식 결과 특이사항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파장이 커지자 주한 대만대표부가 지난 21일 "해당 소포는 중국에서 최초 발송돼 대만을 경유한 후 한국에 최종 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 확실한 피해가 나오지 않으면서 공포가 진정되는 모습이기는 하다. 일각에서는 해외 판매자가 온라인 쇼핑몰 판매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빈 상자나 저가 물건을 무작위로 발송하는 ‘브러싱 스캠’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관세청은 경찰 등에 신고된 기존 우편물과 발신자ㆍ발송지 등이 같거나 비슷한 우편물은 통관을 보류하기로 했다. 또 세관 엑스레이 검사에서 내용물이 없는 ‘스캠 화물’로 확인되면, 돌려보내기로 했다. 이런 조치가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 온라인에서 치명적 독극물이나 폭발물 제조법을 쉽게 얻을 수 있고, 이를 악용한 무차별 테러 위험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또 운송 경로와 업체도 빠르게 늘어나면서 발송자 추적도 어려워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외 발송물 통관 과정의 허점을 철저히 점검해 국제우편물에 대한 안전 검사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 전례 없던 위험과 재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를 막기 위한 노력에도 상식과 매뉴얼을 뛰어넘는 창의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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