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에서 매몰된 마지막 실종자 2명을 찾기 위한 수색이 23일에도 이어졌다. 실종 9일째다. 400명에 가까운 수색 인력과 헬기, 드론, 보트, 구조견들이 낙동강 본류까지 샅샅이 훑고 있지만 좀처럼 실종자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경북도와 예천군에 따르면 지난 15일 폭우가 내린 후 경북지역 사망자는 예천 15명, 영주 4명, 봉화 4명, 문경 2명 등 모두 25명이다. 실종자 2명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곳은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다.
벌방리 수색작업은 이날 오전 5시 시작됐다. 내성천 보문교~고평교, 고평교~오천교 2개 구간에는 소방과 군인, 경찰관들이 구조견 18마리와 드론 2대를 띄웠다. 내성천 33㎞ 구간에는 헬기 1대가, 보문교~회룡교 28.6㎞ 구간은 드론 11대가 저공 비행했다. 또 수상수색팀은 보트 4대에 나눠타고 내성천 아래 낙동강 본류인 상주보~상풍교, 삼강교 일대 8㎞ 구간을 수색했다. 수색 당국은 “실종자가 물살에 휩쓸려 내려갔다면 9일 동안 낙동강까지 갔을 가능성이 있어 상주보는 물론 구미보까지 수색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수색과 더불어 경북 지역 곳곳에서 복구 작업도 병행됐다. 그러나 돌덩어리와 진흙이 가옥을 집어삼킨 피해지역에는 장비 접근조차 어려워 집중호우 직전 모습을 되찾기까진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벌방리 일대만 해도 주택과 차량이 토사와 바위에 뒤섞여 아수라장이었다. 주민들은 이 마을을 최소 2m 높이의 토사가 뒤덮고 있고, 경차보다 큰 산바위가 굴러내려온 터라 진입로부터 틔우는 작업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5명이 숨진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에서도 무한궤도가 헛도는 등 굴삭기들이 진흙밭에서 씨름하고 있었다. 전봇대와 전선, 양철지붕, 석축, 건물외벽, 사과나무, 산바위 등이 뒤섞여 토사와 쓰레기 구분이 어려웠고, 무너진 축사의 축산폐수도 한때 악취를 풍겼다. 굴삭기 기사는 “쓰레기를 치우려면 한 달도 모자라다”고 말했다.
집중호우 때 산사태로 가옥이 매몰돼 장애인 부녀가 숨진 영주 풍기읍 삼가리 현장에서도 포클레인 한 대가 쉴 새 없이 사고 잔해를 한쪽으로 모으고 있었다. 산에서 밀려 내려온 나무와 바위, 흙은 치워져 주민들이 다닐 수 있었지만 무너진 집과 산더미처럼 쌓인 가재도구, 고철이 수해 당시 모습 그대로였다. 변을 당한 부녀 집도 철거될 것으로 예상된다. 송요명 삼가리 이장은 “산사태 후 산중턱에서 마을까지 수백m 물길이 계곡을 만들면서 복구가 쉽지 않은 데다, 폭우가 쏟아지면 이 계곡으로 수마가 덮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경북에서는 이날까지 도로와 하천, 상하수도, 도서관 등 공공시설 1,007건이 피해를 입었고 주택 339곳과 공장 4곳, 축사 63곳, 양식장 3곳 등 사유시설 434건에 가축 11만7,982두, 농지 3,788㏊가 피해를 입었다. 이날 아침까지 귀가하지 못하고 임시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주민은 529가구 741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