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서울 서이초 교사가 지난해 담임을 맡았던 1학년 학급에서 학생들끼리 갈등이 있었지만 차분하게 잘 중재했으며, 아이들이 아침을 기다릴 정도로 학교 가는 것을 즐거워했다는 학부모들의 증언이 나왔다.
21일 서울교사노조는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교사 A(23)씨에 대한 학부모 증언을 공개했다. A씨가 지난해 맡았던 1학년 8반 학부모 4명이 제보한 내용으로, 부모들은 "A씨가 우울증이 있었다는 보도를 접하고 제보를 결심했다"고 한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같은 반 친구와 갈등이 있었을 때 A교사가 너무나 차분하게 중재했다"며 "A교사의 지도 방식을 보며 스스로의 양육 태도를 반성했다"고 했다. 그는 "아이가 '학교가 너무 즐거워 아침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2학년이 돼서도 (A교사 담당인) 1학년에 들러 선생님께 인사를 하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 발생 후 선생님이 없는 것을 확인한 아이가 '마음이 아파 학교에 못 가겠다'고 했다"며 "귀한 선생님을 잃어 너무 애통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학부모들은 "지난해에도 학생들의 분쟁이 있을 경우 (A교사가) 반드시 녹음을 했었다"며 "올해도 학생들 간 분쟁이 있었다면 녹음본이 다 남아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A교사에 대해 "아이들 첫 현장 체험학습날 식사도 하지 않고 아이들 사진을 찍어 돌아오는 차편에서 사진을 가득 올려줬다"고 회상했다. 올해 2월 종업식 날에는 A교사가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에 ‘이렇게 좋은 아이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라고 적었다고 한다. 이 학부모는 "고인이 우울증이 있었다는 기사를 접했지만 학부모들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며 "아이들에게 한결같고 차분한 교사였다"고 기억했다.
학부모들은 또 "A교사는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너무나 소중하게 생각했다"며 "학교에서 돌아가셨다면 분명히 학교에 무엇인가 말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노조는 전했다.
한편 A교사가 유서를 남기지 않았지만 일기장에 고통을 호소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자신을 A씨의 사촌오빠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전날 A씨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달아 "경찰 측에서 저희에겐 유서는 없었다고 했다. 다만 집에서 일기장이 발견됐다"며 "너무 힘들고 괴롭고 지칠 대로 지쳤다고 그런 이야기들이 (있었다). 갑질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날 서이초 교사 60여 명 전원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부모의 갑질이 사망 원인이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 만큼 이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