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가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처음 내놓은 '2022 기업시민 보고서'엔 포스코그룹을 둘러싼 외부 이해 관계자들의 쓴소리가 선명히 담겼다. 주로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개선(ESG) 등을 위한 그동안 노력과 방향성이 담긴 보고서에 '스페셜 페이지'를 추가해 기업을 바라보는 외부 관계자들의 냉철한 시각을 직접 전한 건 이번이 첫 번째다.
21일 선보인 포스코홀딩스 보고서의 스페셜 페이지엔 내부 이해관계자 다섯 명과 협력사, 고객사, 인권전문가, 투자자, 탄소중립위원회, 학계까지 외부 이해관계자 여섯 명이 참가한 '이해관계자 라운드 테이블'에서 나온 △기후변화 대응 △공급망 관리 △인권 등에 대한 허심탄회한 의견들이 상세히 나와있다. 보수적이고 폐쇄적 조직 문화가 여전한 것으로 여겨져 온 철강사 행보로는 꽤 이례적이다.
외부 이해관계자들은 ①2021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미얀마에서 벌인 가스전 사업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낸 군부에 자금이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과, ②지난해 포항제철소에서 벌어진 사내 성폭력 및 은폐 시도 의혹에 대한 질타 목소리가 컸다. 보고서에 따르면 임성택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이런 우려들을 종합적으로 전하면서 "최근 국제사회는 인권을 중요 이슈로 인식하고 있다"며 "국제사회 인권 범주는 환경권, 안전권을 모두 포함해 기존 한국 사회에서 바라보는 인권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를 대표해 이 자리에 참석한 신왕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장과 고객사를 대표해 나선 최금희 SK온 프로젝트 매니저(PM)도 마찬가지. 신 위원장은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를 중대재해 없이 극복한 점을 높이 사면서도 "우려 사항은 같은 해 발생한 성윤리 위반 이슈"라며 "ESG 경영 실천 기업일수록 사회의 기대 수준도 높아진 점을 잊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최 PM 역시 "젠더 및 윤리 문제는 이슈가 발생했을 때 회사가 대응하는 방식에 따라 이해 관계자의 신뢰도가 달라진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조처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들 목소리에 포스코그룹도 성의 있는 답변을 내놨다. 천성현 포스코홀딩스 ESG팀장은 "성윤리 위반 이슈도 안전사고 이슈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피해자 중심으로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조사 과정에서도 내부 여성 조사관 또는 외부 제3자 전문가를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도 변화가 현장에 잘 적용되도록 모니터링하면서 이해 관계자를 대상으로 개선 경과를 충분히 소통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포스코홀딩스는 이번 보고서에서는 포스코홀딩스를 비롯해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7개 주요 사업 회사의 ESG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그룹 차원에서 통합 검증해 정리했다고 소개했다. 이는 글로벌 ESG 공시 의무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회계기준(IFRS) 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공시 권고안에 따른 것이다.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보고서 인사말을 통해 "친환경 중심 투자를 통해 저탄소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높이고 세상에 가치를 더하는 100년 기업으로 지속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