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2년 차 교사가 극단 선택을 한 사건을 두고 교육현장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충격이 크다. 최근 학생 간 갈등으로 학부모에게 “교사 자격이 없다”는 말을 듣고 수시로 연락을 받는 등의 고통을 호소했다는 동료 교사의 전언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도 합동조사단을 꾸려 경찰과 별도로 경위를 밝힐 예정이다. 젊은 교사를 죽음으로 내몬 실체가 낱낱이 드러나길 바란다.
제도적으로는 ‘교권 붕괴’ 문제를 해결할 실효성 있는 장치들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 교원지위법에 학생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 시 출석정지, 학급 교체, 전학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있지만 학부모에 의한 침해 관련 규정은 없다. 학부모의 폭언·폭행 등에 대해 교육청이 수사기관에 고발하도록 돼 있지만, 2019~2021년 접수된 교권침해 사건 6,128건 중 교육청이 형사고발한 사례는 14건에 불과했다. 교육청이 형사고발에 부담을 가진다면, 교원지위법에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처리 방안이라도 규정해야 할 것이다. 학부모가 교사의 개인 휴대전화로 수시로 연락하는 문제도 교육당국이 매뉴얼을 만들어 학기 초 학부모들에게 금지사항을 엄격히 공지하고, 어길 경우의 후속조치도 명확히 하는 게 좋겠다.
한편으로 민감한 교육현장을 감안할 때, 핵심에서 벗어난 설익은 정책 추진에 대한 경계심도 가져야 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교권 확립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학생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돼 교권이 땅에 떨어지고 교실 현장은 붕괴되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학생인권조례는 체벌금지, 두발 규제 등 금지, 차별금지 등을 담은 것인데, 이번 사안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 ‘차별금지’에 대한 과한 적용이 있다면 그런 사례를 규제하면 될 일이다. 근본적으로 학생인권과 교권을 대립적으로 보는 시각도 동의하기 어렵다. 일각에서 제기된 ‘교사 아동학대 면책법’ 추진 또한, 사전에 부작용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교권 붕괴를 막는 것이 학생 인권을 해치고 아동학대를 늘리는 방식이 되지 않도록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