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극한 호우 산사태로 숨진 '자연인' 부부 영면

입력
2023.07.21 13:00
지난 15일 극한호우 산사태로 실종
실종 다음날 아내, 나흘째 남편 숨진 채 발견
21일 오전 발인, 화장 후 모처에 안치

지난 15일 경북 예천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자연인' 장병근(69)씨와 아내 전명배(67)씨의 발인이 21일 유족들의 오열 속에 엄수됐다.

2019년 종편채널 MBN의 '나는 자연인이다'에 출연해 유명해진 장씨 부부의 발인은 이날 오전 경북 예천군 권병원에서 치러졌다.

오전 9시쯤 발인식에 이어 운구차는 안동시 풍천면 안동장사문화공원으로 향했다. 유족들은 화장한 장씨 부부의 유해를 유족끼리 모처에 안치했다.

이들 부부의 빈소가 차려졌던 권병원에는 평소 활동했던 농업단체와 슬로푸드협회 등에서 보낸 조화가 눈에 띄었다. 장씨가 출연했던 MBN '나는 자연인이다' 제작진도 근조 화환을 보내 애도했다.

장씨는 지난 2019년 MBN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진행자인 이승윤에게 청국장 와플을 건네는 등 자연의 일상을 보여줘 시청자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고, 말을 키워 주민들 사이에서도 유명인이었다. 그의 부인 전씨도 '집밥 전선생'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마을 부녀회 총무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전씨의 생일이었던 20일 생일 축하 메시지가 자동으로 뜬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생일날에 태어난 듯 생일날에 가시네요. 환하게 웃던 모습 기억하겠습니다" 등의 댓글이 달려 안타까움을 더했다.

외벽이 흙으로 돼 있는 집에 살던 장씨 부부는 지난 15일 오전 4시 30분쯤 벌어진 산사태에 매몰돼 실종됐고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장씨는 수색 나흘째인 18일 오후 3시 35분쯤 집에서 20m가량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고, 전씨는 장씨가 발견되기 47시간 전인 16일 오후 4시 30분쯤 집에서 20m가량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류수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