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사 메이드인피플의 설동원(31) 대표는 경북 영덕군의 청년 정착 사업 ‘뚜벅이 마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여행과 기획하는 일을 좋아하던 그는 첫 만남 때부터 죽이 척척 맞은 대학 후배 장명석(30)대표와 의기투합해 회사를 차렸다. 창업 초기 한국 문화를 경험하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을 데리고 전국 곳곳을 누비며 농촌이나 고택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설 대표는 우연히 한 자치단체로부터 ‘청년마을을 기획해 줄 수 있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첫 사업이 꽤 괜찮은 성과를 냈고, 이러한 소문을 들은 영덕군이 설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설동원 대표는 “걷는 걸 아주 좋아하는데 블루로드라는 멋진 트레킹 코스가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청년을 끌어들이는 주제로 잡았다”며 “전 세계에서 한해 40만~50만 명이 찾는다는 800㎞의 산티아고 순례길 등에서 얻은 경험을 살려 ‘뚜벅이 마을’로 이름 짓고 프로그램을 짰다”고 말했다.
영해면이 뚜벅이 마을의 거점이 된 것도 설 대표의 결정이었다. 그는 100년 전의 건물이 오롯이남아 있는 영해면에 근대문화유산을 바탕으로 마을 전체를 새단장하는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된다는 말을 듣고 단박에 청년마을의 본거지로 삼았다.
설 대표는 “처음 영해를 밟았을 때 개화기 시대를 재현해 놓은 영화 촬영장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며 “도시재생뉴딜 사업이 진행되면 청년들이 다양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고, 참여하는 과정에 주민들과 돈독해 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메이드인피플이 영덕군과 함께 지난 2021년부터 전국의 청년을 대상으로 펼치는 뚜벅이 마을 6주간 살기와 3박 4일간 살아보기 프로그램은 매번 5, 6대의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나타내고 있다. 설 대표는 인기 비결로 ‘재미’와 ‘관계’를 꼽았다.
그는 “청년들은 재미가 없으면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에 걷기 외에도 서핑이나 캠핑 등 20, 30대가 해보고 싶어하는 일정으로 구상했다”며 “다음으로 영덕이 청년들의 또 다른 고향이 될 수 있게 지역주민들과 이웃이 되고 먼저 정착한 청년들과 끈끈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연고를 만드는데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뚜벅이 마을을 운영하는데 어떠한 간섭이나 강요 없이 청년 자립을 지원해 준 영덕군도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설 대표는 “걷는 것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는 뚜벅이 마을의 신조처럼 당장은 큰 성과가 없어 보여도 분명 어제보다 한 걸음 더 나간 영덕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