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출범 한 달을 맞은 혁신위원회를 둘러싼 우려가 여전하다. 1호 쇄신안으로 제안한 '불체포특권 포기'가 의원들의 결의로 가까스로 수용돼 한숨을 돌렸지만, 그 과정에서 혁신위가 주도권을 전혀 쥐지 못한 데다 '반쪽 수용'에 불과해 혁신 동력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혁신위가 예고한 공천 룰과 대의원제 손질 등이 계파 간 이해가 엇갈리는 의제라는 점에서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민주당은 18일 의원총회에서 혁신위의 1호 쇄신안인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했다. 혁신위는 당초 △불체포특권 포기 전원 서약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정당한 영장 청구'를 조건부로 한 의원 결의로 갈음했다. 국민의힘에선 "국민을 우롱하는 반쪽짜리 불체포특권 포기"라는 반응이 나왔고, 당내에서도 "안 하는 것보단 낫다고 위안 삼아야 할 수준"이라며 평가가 나온 이유다.
의원들의 반쪽 수용 배경에는 혁신위의 '정무 경험' 부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혁신위가 주도권을 잡지 못한 채 쇄신안을 밀어붙이면서 오히려 혁신 대상이었던 의원들의 반대 의견 분출로 이어졌다. 실제 불체포특권 포기 제안의 경우, 혁신위가 당내 공감대를 마련하는 사전작업 없이 출범 사흘 만인 지난달 23일 발표하면서 이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논의 자체가 연기되기도 했다.
혁신위에 대한 불만은 이재명 대표와 관계 설정과도 맞닿아 있다. 혁신위가 사실상 이 대표나 친이재명계 입장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당 쇄신과 관련해 비이재명계는 '강성 팬덤과의 절연'을 주장해 왔지만, 김은경 위원장이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의 팬덤을 'BTS 아미'에 비유하면서 "놀이공간을 만들면 된다"고 소극적으로 대처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대표가 혁신위 구성을 제안했으면서도 힘을 실어주지 않고 있고 친이재명계와 이 대표 팬덤에서 '대의원제 폐지'에만 골몰하는 모습도 결국 "이 대표가 손에 피를 묻히지 않은 채로 본인이 원하는 혁신만 하기 위해서 혁신위를 만든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혁신위는 "그 무엇도 혁신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서복경 혁신위원은 18일 SBS 라디오에서 '이재명 지키기 혁신위'라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틀린 생각은 아닌 것 같다"며 "이재명 대표도 전당대회에서 당헌·당규에 따라 적법하게 선출된 지도부"라고 답했다. 사실상 지도부 교체나 이 대표의 거취는 혁신위의 논의 대상에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혁신위가 공천 룰과 대의원제 폐지 같은 민감한 이슈를 손질할 경우 계파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소재 한 의원은 "혁신위가 당 눈치를 보면서 혁신을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원들과) 소통을 저버려서는 현실적 대안을 내놓을 수 없다"고 전망했다. 혁신위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 적극 응하고 당원을 만나기 위해 전국을 순회하는 것도 이 같은 반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