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우리 바다, 방사능 '문단속'에서

입력
2023.07.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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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이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영화는 재앙의 문을 통해 '미미즈'라는 재난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주인공들이 '문단속'을 한다는 내용으로 자연재해에 대한 일본인의 불안을 잘 투영한 작품이다. 주요 배경인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얼마나 무섭고 거대한 재난으로 일본인들에게 각인되었는지 엿볼 수 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부 태평양 연안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9.0의 강진으로 평화롭던 후쿠시마현 어촌마을에 쓰나미가 덮쳤고, 인근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장치가 중단되며 결국 폭발사고로 이어졌다. 2013년 일본 정부는 사고 이후에도 하루 약 300톤에 이르는 오염수가 인근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고 밝혔다.

해양환경공단은 2015년부터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 바다의 방사능 농도를 조사하기 위한 해양방사성물질측정망 운영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조사 결과, 우리 해역에서 방사능 농도는 사고 이전과 유사하게 나타나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우리 해역에 미친 영향은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열도를 타고 북태평양으로 흐르는 강력한 쿠로시오 해류의 흐름과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인정하는 바다의 광대함(vastness) 등의 영향으로 방사능 오염수가 지속적으로 희석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재난으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2021년 4월, 일본 정부는 포화상태에 이른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방사성 물질을 정화하고 해양에 방류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통제된 여건에서 적정하게 처리될 경우 우리 해역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과학적 근거에도 국민 우려는 여전하다.

이와 관련, 올해 2월에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실시한 '오염수 방류에 의한 삼중수소 확산 시뮬레이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후쿠시마 오염수는 방류 후 4, 5년 후부터 우리 관할해역에 유입되어 10년 후 삼중수소는 현재 국내 해역 평균 농도의 10만 분의 1 수준으로 아주 미미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되었다. 이러한 결과에도 정부는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관련 조사를 강화하여 오염수 영향을 집중 감시하기로 결정했다.

해양환경공단도 조사 위치(정점)를 확대하고 감시능력을 향상시켜 나갈 것이다. 올해 7월부터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유입경로로 예상되는 제주해역 및 남해안을 대상으로 75개 조사 정점에서 긴급조사를 시행하고 결과를 신속하게 알릴 예정이다. 방사능 전문가를 양성하고 분석 장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우리 바다를 방사능으로부터 지키는 '문단속'에도 힘을 쏟고자 한다. 해양환경공단은 앞으로도 국민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여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조사와 분석을 통해 철통같은 감시망을 구축해 나갈 것이다.


한기준 해양환경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