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론자도 불가지론자도 믿음이 없는 건 아니에요. 그것조차도 다른 종류의 신념이죠. 각자 하나씩은 믿음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해서 그런 부분을 파고들었어요. 결국 한 끗 차이인 사이비와 아닌 것의 경계선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한 마을 야산에 설치된 컨테이너 '탱크'는 기도실이다. 교주도 교리도 없다. 그저 '믿고 기도하여 결국 가장 좋은 것이 내게 온다'는 믿음으로 각자의 기도를 하는 공간이다. 올해 제28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출간된 장편소설 '탱크'는 저마다의 사연으로 그곳을 드나드는 이들의 희망과 절망을 그려냈다. 김희재(36) 작가는 18일 서울 중구 정동 한 카페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믿음에 관한 화두를 늘 갖고 살았다"고 입을 뗐다. 모태 기독교 신앙을 가졌지만 독실한 신자는 아니었기에 오히려 믿음에 많은 의문을 품게 됐고 이번 작품으로 이어졌다. 그는 "생각해보니 힘든 순간 마음을 다잡기 위해 속으로 하던 말들이 기도 형식과 같더라"면서 "믿음과 불신을 오가는 제 안의 모순을 여러 인물을 통해 풀어내고 싶었다"고 했다.
소설은 어느 날 큰 산불로 탱크 안에서 한 남자가 숨지는 사건을 전후로 탱크에 얽힌 인물들의 삶을 따라간다. 특정 종교가 아닌 믿음의 본질에 대한 작가의 사색이 녹아 있다. 작가의 시선은 '공통의 믿음'이 생기고, '공통의 미래'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향한다. 심사위원단은 이를 "사회에 대한 믿음이 불가능에 가까워진 시대에" 쓴 "믿음에 관한 소설"이자 결국 "사랑에 대한 믿음만이 삶을 지속시키고, 사랑만이 견고한 세계를 조금 달라지게 만들 것"임을 말하는 사랑이야기라고도 해석했다.
당선 당시 김 작가는 특이한 이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영화를 전공하고 13년 동안 영화·드라마 음악을 녹음·믹싱하는 엔지니어로 활동한 음향 기술자라서다. 그렇다 보니 소설 작법 교육을 따로 받지는 않았다. 학창시절부터 소설을 많이 읽고 좋아했다는 그는 아고타 크리스토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등을 좋아하는 작가로 꼽았다. 한때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기도 했으나 소설이 자신에게 더 맞는 장르라는 걸 자연스레 깨달았다. "대사로 표현하고 간결한 지문을 써야 하는 시나리오보다는 소설이 (쓰기에) 나았다"고 그는 설명했다. 2020년 처음 공모전에 도전한 후 네 번째 도전 만에 출간 기회를 얻게 됐다.
앞으로도 음악과 소설, 두 작업을 병행할 계획이다. 차기작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신예 작가는 "삶에 대해서 쓰고 싶다. 사람 사는 이야기,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다짐하듯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