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발생하기 1시간 30분쯤 전인 15일 오전 7시 1분. 충북경찰청에 다급한 112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오송-청주(2구간) 도로확장공사 현장의 최모 감리단장이었다. 그는 조치가 취해지지 않자 55분 후 다시 경찰에 전화를 걸어 교통 통제를 요청했다.
17일 충북경찰청과 최 단장에 따르면, 최 단장은 15일 오전 7시 1분 112로 전화를 걸어 미호천교 제방 붕괴 위기를 신고했다. "제방이 넘쳐 주민 대피가 필요할 것 같다"는 구체적인 신고였지만, 경찰은 범람 위험 위치만 재차 확인한 뒤 “알겠다, 가보겠다”며 통화를 종료한다. 임시제방 붕괴와 지하차도 침수 시각은 각각 오전 7시 52분, 8시 40분이다. 이 신고 직후 바로 조치가 있었더라면 침수 사고를 막을 여유가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오겠다고 한 경찰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오전 7시 30분쯤 마을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 2명이 현장으로 와 제방 상황을 무전기로 어디론가 계속 날렸다. 최 단장은 “시공사에서 출동한 인부들이 도구와 장비를 이용해 제방을 높이는 작업을 했지만,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강물 수위를 이기기엔 역부족이었다”며 “물이 넘치기 시작해 다시 112에 신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최 단장은 오전 7시 56분 두 번째 112 신고를 했다. 한국일보가 확보한 통화 내용을 보면, 당시 신고엔 ‘궁평지하차도 통제’라는 표현이 분명하게 포함돼 있다. 최 단장은 “제방 물이 넘치기 시작했다는 내용과 함께 궁평지하차도가 물에 잠길 가능성이 있다, 지하차도 차량을 통제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신고 내용을 재확인한 뒤 “감사하다”는 말로 통화를 마쳤다. 이어 8시 10분쯤 월류량이 늘어나자 소방관들은 최 단장과 직원, 주민 등을 철수시킨다.
임시제방 유실이 이미 시작됐음에도 지하차도 통제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그날 오전 7~9시 사건 관련 신고 15건을 접수했고, 두 차례 신고한 사람도 있다”며 “그러나 그 신고자가 감리단장인 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경찰 관계자는 또 "신고 접수 후 지자체 재난안전망인 청주 재난상황실에 두 차례 무전 통보 후, 흥덕경찰서에 재난문자 발송을 요청했고, 다시 흥덕서는 오송파출소에 출동 지시하는 등 일련의 조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적절하게 대응했다는 항변이지만, 경찰이 궁평2지하차도에 도착한 시각은 첫 신고에서 2시간이 지난 오전 9시 1분이었다. 지하차도가 물에 완전히 잠긴 뒤다. 오송파출소 근무자는 미호강과 멀리 떨어진 궁평1지하차도에 배치됐고, 또 다른 근무자는 쌍청리교차로 침수지역 통제에 나서면서 현장 접근에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 쌍청리교차로는 궁평2지하차도에서 북쪽으로 1.2㎞ 떨어져 있다.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당시 신고에서 '궁평지하차도'라고는 했지만, 궁평'2'지하차도라고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혼동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궁평1지하차도는 미호천교에서 직선거리로 1km, 궁평2지하차도는 300m 떨어져 있다.
청주 흥덕경찰서는 사고 후 8시간이 지난 오후 4시 40분 최 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아침에 두 차례 신고한 사람인지 △직함(감리단장)이 무엇인지 등의 정보를 확인했다. 최 단장은 “신고 과정에서 공사장 관리 책임자라고 밝혔더라도 경찰이 저렇게 대응을 했을까 싶다"며 "경황이 너무 없어 신고 도중 신분을 밝히지 못한 점이 후회된다”며 말을 흐렸다.
국무조정실은 이날 사고 발생 전인 7시 2분과 7시 58분(신고 완료 기준) 대피와 통제를 요청하는 112신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사고 전 교통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부분에 대한 감찰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