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쏟아진 폭우로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이른 장마와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이 농산물 가격을 밀어 올리며 ‘물가 불안’을 불러올 수 있어서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내린 집중호우로 발생한 농작물 침수·낙과, 유실·매몰 등 피해 면적은 총 2만7,094.8㏊에 달한다. 축구장 3만8,000개 면적에 맞먹는다. 축사와 비닐하우스 등 시설 피해는 19.3㏊, 폐사한 가축은 57만9,000마리다. 가축 피해는 최근 5년 중 풍수해 피해가 가장 컸던 2020년(53만9,066마리)을 넘어섰다.
아직 장마가 끝나지 않았고, 태풍 등 후속 피해 가능성을 감안하면 올해 농축산물 피해는 '역대급'이 될 가능성이 높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는 엘니뇨 등 이상기후에다, 장마 역시 평년보다 빠르고 강해 장마 후 농산물 가격 상승 속도가 평년을 웃돌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마는 농산물 가격 급등 요인이다. 과거 기록을 보면 강한 장마가 지나간 후 그 여파가 소매가격에 반영되는 2주 후 농산물 가격은 품목에 따라 10~60% 치솟았다. 2020년 장마(8월 1~11일) 당시 5,771원이던 배추 한 포기 가격은 장마 종료 2주 후 9,317원(61.4%)까지 상승했다. 적상추(62.8%) 오이(61.9%) 시금치(59.8%) 등 주요 채소 가격도 일제히 치솟았다. 지난해에도 폭우(8월 8~20일) 2주 뒤 시금치(50.7%) 오이(31.5%) 적상추(23.4%) 배추(17.8%) 무(15.1%) 가격이 모두 올랐다.
뛰어오른 농산물 가격은 소비자물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에 영향을 미쳤는데, 이번 집중호우로 농산물 가격이 뛸 경우 가공식품은 물론이고 외식물가까지 다시 출렁일 수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때 이른 폭우가 7, 8월 물가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농식품부는 20일 주요 농축산물 수급 상황 회의를 열어 수급 안정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4년 만에 예고된 엘니뇨 등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보다 늘린 배추와 무의 비축 물량 역시 수급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