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주머니 1500개 쌓고, 흙탕물에 잠수부 투입... 필사의 밤샘 구조

입력
2023.07.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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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지하차도 침수 현장 구조작업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현장에서는 15일 오후부터 16일까지 끊임없는 밤샘 구조작업이 이어졌다. 흙탕물에서 시야 확보가 어려웠음에도 잠수부들은 수중 수색작전을 펼쳤고, 신속한 물막이 작업은 지하차도로 들어오는 물을 줄였다. 대형 펌프를 이용한 물빼기 작업도 계속됐다.

지하차도 안에 가득찬 물을 빼는 작업은 15일 오후부터 밤새도록 이어졌다. 전날 현장에서 만난 소방청 관계자는 “분당 4만5,000리터의 물을 뽑아 올려 쏘는 대용량포 방사시스템 등을 써서 분당 총 8만 리터의 물을 빼내도 계속 밀려드는 강물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지하차도로 들어오는 물을 막지 않는 한 배수작업이 의미 없는 상황에 처하자, 당국은 지하차도로 들어오는 물길을 차단하기 위한 물막이 공사에 돌입했다. 오후 8시 30분부터 남ㆍ북 출입구 양측에 흙을 담은 톤백(대형 자루)가 하나씩 쌓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총 1,500개의 자루를 쌓았다. 소방청 관계자는 “야간 조명차량 4대를 준비하는 등 반만의 준비를 했다”며 "3시간 만에 물막이 작업을 끝냈다”고 말했다.

구조 당국이 처음부터 물막이 공사를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 미호강 수위가 내려가거나 유실된 제방만 복구됐다면, 배수 작업에 에너지를 모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한 현장 관계자는 “비가 계속 내렸고 금강·미호강 모두 수위가 내려갈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며 “지하차도 양쪽 입구를 포위하듯 하는 물막이 공사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당시 구조당국이 지하차도 내 물의 양을 60만톤으로 추산한 만큼, 물막이 공사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배수 작업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오후 11시 30분 물막이 공사가 마무리되자 지하차도 안쪽 수위는 눈에 띄게 내려갔다. 북측에 설치된 분당 4만5,000리터급 방사포 외에도, 분당 3만 리터급 대형 방사포가 남측 출입구에 설치됐다. 군부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동원한 양수기까지 더해졌다. 소방청 관계자는 “혹시 모를 생존자 가능성 때문에 펌프를 최대한으로 가동했다”며 “잠수부 수색 구조가 시작되기 전까지 분당 8만 리터의 물을 뽑아 올렸다”고 말했다.

밤샘 배수 작업의 결과 16일 0시 40분 쯤 물에 잠겼던 버스의 지붕 부분이 수면위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전 6시쯤엔 수면과 터널 천장까지 1m 이상의 공간이 확보됐고, 지하차도 양측에서 잠수부들이 투입됐다. 소방청 관계자 “고성능 방사포에 구조요원들이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있어 북측에서 구조 작업이 이뤄지면 남측 펌프만 가동했고, 남측에서 구조요원이 들어가면 북측 펌프만 가동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런 노력 끝에 구조 작업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됐다. 제방이 무너진 상황에서 비가 계속 내렸기 때문에 전날까지만 해도 물을 다 빼려면 며칠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구조당국은 16일 오전부터 구조요원을 투입해 지하차도 안에서 작업을 벌일 수 있었다.

청주= 정민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