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의 지하차도가 갑자기 침수되면서 버스 등 20대 가까운 차량이 고립됐다. 미호강 제방 붕괴 탓에 배수 작업이 어려워 소방당국은 본격적인 구조작업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1명이 숨지고 8명이 구조됐지만 피해가 더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5일 소방청과 충북도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0분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 갑자기 불어난 물로 10여 대의 차가 갇혔다.
소방청 관계자는 “터널 양쪽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19대가 터널 속에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며 “계속 밀고 들어오는 미호강물을 막아야 터널 속 물을 뺄 수 있지만, 현재로선 딱히 구조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긴급 출동한 소방 당국은 구조작업을 펴던 중 난간에 매달려 있던 버스 승객 등 8명을 구조하고,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남성 1명의 시신을 인양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순식간에 지하차도가 잠기는 바람에 차량과 운전자들이 대피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는 인근 미호강 제방 붕괴로 들판이 물에 잠기고, 그 여파로 들판을 지나는 지하차도가 물에 잠기면서 발생했다. 지하차도는 미호강변을 따라 건설된 지방도 508호선으로, 왕복 4차선이다. 터널 길이는 430m다. 터널이 시작하는 오송읍 쌍천리 주민 조인형(77)씨는 “비가 많이 오면 들판이 종종 잠기긴 했지만, 강둑이 터지면서 이렇게 잠긴 것은 45년 만에 처음 본다”고 말했다.
구조된 생존자 9명이 버스 승객인지, 다른 차량 탑승자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현재 4명씩 병원 2곳으로 이송됐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된 버스 승객은 "사고 당시 버스에 승객 8명과 운전기사 1명이 더 있었는데, 탈출했는지는 모르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추가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지하차도가 완전히 물에 잠겨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지하차도 내부가 흙탕물로 뒤덮여 시야가 확보되지 않고 있다”며 “잠수부 투입도 여의치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하차도의 물을 빼내도 하천의 물과 빗물이 유입되는 상황이 반복돼 이날 중 본격적인 수색작업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장에는 김영환 충북지사가 방문해 수색작업 등을 점검했고, 일부 시민들도 수색작업을 애타게 지켜보고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방사포 대용량 시스템을 적용해서 배수 작업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수색작업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