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대 대규모 전세사기 배후로 지목된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민호 부장판사는 14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신모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건 피해자 75%가 사회 경험과 경제적 기반이 충분하지 않은 2030세대이고, 37명 중 31명이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지급했다”며 “피고인과 공범들은 피해자들의 신뢰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고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신씨는 2019년 7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속칭 ‘빌라왕’ 김모씨를 내세워 무자본 갭투기 방식으로 빌라를 사들인 뒤 피해자 37명의 보증금 80여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그에게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신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주도하지 않았고 법률상 고지 의무도 이행했다”고 항변했으나, 법원은 수용하지 않았다. △임대차 계약과 분양 계약이 동시에 진행됐고 △무자본 갭투자 방식을 썼으며 △대행업자 등에게 리베이트가 지급된 점 등 피해자들이 전후 사정을 알았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 측은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사건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경기 상황에 따른 모든 위험 부담을 피해자들에게 전가한 것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최근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르면서 법원도 피의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하는 추세다. 앞서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준구 판사는 ‘세 모녀 전세사기’ 주범 김모씨에게 징역 10년(사기)을 선고했다. 김씨는 두 딸 명의로 서울 강서구, 관악구 등에서 500채가 넘는 빌라를 매입한 후 분양대행업자 등과 공모해 보증금 183억여 원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는 83명이나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