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에서 열린 제46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강연자로 참석해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하의 효과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전날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는데 그 이유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그는 '실망스러운 뉴스'라고 운을 띄운 뒤 "물가상승률이 다음 달까지는 2.7% 아래 있겠지만 기저효과 등을 고려할 때 연말까지 3%로 올라갈 수 있다"며 "한은이 목표하는 물가상승률은 2%대이지만 현재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통화 정책이 돼 거시 정책의 틀이 흔들린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①인플레이션이 꺾일지 확신이 없고 ②미국이 앞으로도 (금리를) 두 번 정도 더 올릴 수 있어서 우리가 (반대로 금리를) 내리면 격차가 커지고 결국 외환시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③가계부채 문제도 이유로 들었다. 그는 "금리를 3.5%로 내렸더니 3개월 동안 가계부채가 늘어났다"며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건 단기적으로 어쩔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 금리가 빠르게 올라가지는 않겠지만 올릴 것인지 아니면 더 내릴 것인지 이런 것을 고민해 봐야 하는 상황인데 당분간 이걸 내린다고 얘기하기에는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내릴 것을 크게 기대하지 마시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연말까지 상황을 보고 금리를 조정하면서 거시적으로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