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무실에 나와?" 스타트업에서 재택근무를 체험하다

입력
2023.07.22 13:00
아이 용품 스타트업 코니바이에린 체험기 2회

2018년 설립된 코니바이에린은 아기띠, 턱받이 등 아이 용품, 부모에게 필요한 수유복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신생기업(스타트업)입니다. 아이용 제품은 나이에 따라 신생아, 4개월에서 2세 아이를 위한 베이비, 3~7세 어린이를 위한 키즈로 구분됩니다.

이 업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인 창업 때부터 모든 직원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필수 근무 시간대인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어디에서 일해도 상관없습니다.

임이랑 코니바이에린 대표는 반드시 사무실에 출근해 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서부터 당연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항상 질문이 많았죠. 왜 출근해야 하지? 왜 사무실이 있어야 하지?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면 편하게 집에서 일해도 되잖아요."

해외에서 원격으로 일하는 직원들도 있습니다. 3명의 직원이 일본과 싱가포르에 살면서 한국 시간에 맞춰 일합니다. 정규 근무 시간은 오전 8~10시 사이에 시작해 점심시간 포함 9시간 일하면 됩니다.

과연 이 업체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 인사업무를 맡은 어정원 매니저 집에서 함께 재택근무를 체험해 봤습니다. 재택근무에 필요한 노트북과 모니터 등 장비들은 입사일 전까지 집으로 배송받았습니다. 그는 거실 한편에 칸막이를 세워 일하는 공간을 분리해 놓았습니다. "집에서도 집중해 일하려고 업무 공간을 따로 만들었어요."

그렇게 분리된 공간에서 그는 오전 9시~9시 30분 사이에 일을 시작합니다. 일하기 전 편한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자리에 앉습니다. 12시 점심시간은 칼같이 지킵니다. 집에서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때도 있고 산책 겸 나가서 식사하기도 합니다.

마침 방문한 날 어 매니저가 신규 입사자에게 회사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알려 주는 교육(온보딩)을 했습니다. 그는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사용해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회사에서 일할 때 다른 직원들과 점심을 먹으러 다녀오거나 모여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잖아요. 하지만 혼자 집에서 일하면 그런 시간이 없어요. 퇴근해도 집에 있으니 언제 일하고 쉬는지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할 수 있죠. 그래서 계속 집에 있으면 심신이 지칠 수 있어요."

그래서 교육 때 재택근무 방식에 적응하고 삶의 균형을 잘 잡을 수 있도록 조언합니다. "휴가와 점심시간을 잘 챙기라고 하죠. 이렇게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뿐 아니라 휴식까지 신경 써요."

어 매니저는 교육을 하며 신입사원에게 집에 근무 공간을 어떻게 갖췄는지 물었습니다. 신입사원이 가족과 함께 살고 있어 자신의 방에 장비를 설치했다고 하자 분리된 업무 환경을 잘 만들었다고 칭찬했습니다. 또 적절한 휴식과 업무 몰입을 위해 점심시간과 연차를 적절하게 쓰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교육은 1시간에서 4시간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신입사원이 회사에서 써야 하는 소프트웨어 등 업무 도구들을 잘 모르면 사용법을 일일이 알려 줍니다. 또 그동안 있었던 전체 회의 녹화본 영상을 공유해 회의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신입사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돕습니다.

어 매니저는 재택근무를 할수록 소통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온라인으로 소통을 잘하려면 자기 생각을 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어야 하고 여러 가지를 검토해 좋은 방법을 제출할 수 있어야 하죠. 또 결정된 내용을 빠르게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해요."


이 업체의 독특한 복지 제도 중 '노 커피, 노 워크'(No coffee, No work 커피 없이 일할 수 없다)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업무 능률 향상을 위해 1인당 월 10만 원 커피값을 지원해 주는 제도입니다. 제휴를 맺은 커피 회사의 원두를 사거나 커피 캡슐을 구매하고 직접 카페에 가서 마시거나 배달 앱으로 커피를 주문할 수도 있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가끔 나가서 바람도 쐬고 커피도 즐기라는 의미에서 마련했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들 간의 교류가 중요해 '팀 개더링'(team gathering)이라는 활동도 따로 합니다. 팀 개더링은 팀원들끼리 한 달에 한 번 모여 점심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종의 회식입니다. 실제 공간에서 모이면 한 명당 3만 원, 온라인으로 모이면 1인당 1만5,000원을 회사에서 지원합니다. 팀 개더링을 갖고 나면 후기를 업무용 메신저 '슬랙'에 올려 공유합니다.

제연주 코니바이에린 브랜드 마케터는 팀 개더링 덕분에 재택근무를 해도 팀원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온라인 교육과 집으로 업무 장비들이 배송되는 게 무척 생소했어요. 하지만 인사 담당자가 주기적으로 어려움이 없는지 확인해 금방 적응했죠. 특히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오프라인 모임 시간은 도움이 많이 돼요. 한 달에 한 번 직접 만나 근황을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돈독해져요."

성과, 사업계획처럼 중요한 소식을 나누기 위해 팀 개더링과 별개로 매달 한 번 전체 직원 51명이 온라인으로 모여 회의하는 타운홀 미팅도 있습니다. 회의가 끝나면 직원들의 화상 회의 화면으로 단체 사진을 찍는 것이 하나의 문화입니다. 이 자리에서 모든 직원이 각자 실수와 실패담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임이랑 코니바이에린 대표는 '실수해도 괜찮다'는 의미를 담아 이 행사를 1년 넘게 하고 있습니다. "실수한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며 실수해도 괜찮다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야 더 많이 시도하고 아이디어를 내죠."

이처럼 회사의 여러 가지 노력 덕분에 재택근무에 대한 직원들 반응은 아주 호의적입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만족도를 조사했는데 출퇴근 시간을 절약하고 일과 육아를 함께할 수 있으며 꼭 복잡한 도심에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어 매니저는 재택근무로 삶이 풍요로워졌다고 합니다. "출퇴근 때 쓰는 에너지를 아껴 취미활동을 해요. 차를 마시고 작은 텃밭을 가꾸는 게 취미죠. 자연 속에서 살고 싶어 내년에 강원도로 이사할 예정이에요. 근무지에 상관없이 일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죠."

이가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