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으로 병실 텅 빈 채 환자 발길 뚝 끊긴 부산대병원

입력
2023.07.13 17:40
파업 모르고 온 시민들 급히 발 돌려
조선·충남대병원 등 진료 일부 차질

13일 오후 부산 서구 아미동 부산대병원. 본관에 있는 접수와 수납 창구에선 환자나 보호자를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창구 앞 대기 공간에 있는 의자도 텅 비어 있었다. 한 직원은 “외래진료를 모두 중단했고, 예약 환자만 받고 있다”고 했다. 병원 내 다른 접수 창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산시 등에 따르면 이날 시작한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에 동참한 부산대병원 조합원은 400여 명. 병원 곳곳엔 ‘7년째 논의만 하는 비정규직 문제 지금 당장 해결하라’ ‘끝까지 간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들이 걸려 있었다.

병원 측은 총파업 돌입으로 진료 차질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지난 10일부터 전날까지 입원 환자를 줄이는 조치를 했다. 중증 환자, 산모ㆍ유아 등을 제외한 일반 병동 환자를 인근 병원으로 보내거나 퇴원시켰다. 평소 1,000명 넘는 환자가 있던 병상엔 중환자 등 250명만 입원해 있었다. 1,300여 개 병상 중 1,000개 이상이 텅 빈 채 불이 꺼져 있었다.

파업 상황을 잘 모르고 병원을 찾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한 70대 남성은 썰렁한 병원의 모습에 어리둥절해 하다가 상황을 들은 뒤 급히 발걸음을 돌렸다. 이날 심전도 검사가 예약돼 있어 80대 노모를 모시고 온 한 남성은 접수 창구에서 “파업 때문에 검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말에 애를 태웠다.

반면, 부산대병원에서 차량으로 10분 가량 떨어진 동아대병원은 환자들로 북적였다. 이 병원은 이번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동아대병원 접수 창구에서 만난 60대 여성은 “동아대병원은 정상 운영한다는 말을 듣고 급히 온 것”이라고 했다. 동아대병원은 사람이 몰리자 파업에 참여한 다른 병원의 환자를 더 이상 받기 어렵다는 공지도 오전에 낸 것으로 전해졌다.


타 지역 병원도 일부 차질 불가피

광주ㆍ전남과 전북 일선 병원에서도 혼란이 빚어졌다. 보건의료노조 광주ㆍ전남지역본부에 따르면 총파업에 15개 지부 사업장 6,000여 명 조합원이 참여했다.

조선대병원은 450여 명의 의료진이 동참했다. 400여 명은 서울로 상경 집회를 떠났고, 나머지 50여 명은 병원 로비에서 농성을 벌였다. 병원 측은 이날 오전부터 보호자들과 협의해 일반 환자들을 타 병원으로 전원 조치하고 있다. 다만, 진료와 수술은 정상 진행 중이다. 200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한 광주기독병원은 의료 인력 부족으로 일반 진료의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450여 명이 파업 중인 전북대병원에도 비상 진료 체계에 들어갔다.

충남대병원에선 본원과 세종 분원 등의 간호사와 물리치료사 등 1,300여 명(노조 측 추산)이 파업에 들어가 진료가 일부 차질을 빚고 있다. 병원 측은 파업 기간인 13, 14일 예정된 외래진료 6,000여 건을 내주로 연기했다. 응급수술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술도 파업 기간 이후로 미뤘다. 또한 담당 의사의 판단 아래 거동 가능한 환자는 전날부터 퇴원 조치를 하고 있다. 병원 측은 휴대폰 문자와 병원 곳곳의 대자보, 전광판 등을 통해 노조 파업에 따른 진료 서비스 차질을 안내했다.

부산= 권경훈 기자
세종= 한덕동 기자
광주= 김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