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관련해 요구한 건 두 가지다.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방류를 즉각 중단할 것과 방류 점검 과정에 한국 전문가 참여를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방류 과정의 모든 모니터링 정보를 신속하게 공표하고, 만일 방사성 물질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면 방출 중단을 포함해 적절한 대응을 즉각 취하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벌써 여섯 번이나 기시다 총리와 만나는 등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여전하고 수산업 피해도 큰 시기에 열린 만큼 이러한 우려를 일본에 전하는 데 방점을 찍어야 했다. 나아가 방류 이후 우리에게 피해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일본의 책임 소재와 보상을 못 박을 필요도 있었다. 그럼에도 회담에서 구체적 언급을 찾아보기 힘든 건 아쉽다. 한일관계 정상화가 중요한 것도 결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고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기시다 총리가 기준치 초과 시 방류 중단이란 윤 대통령의 첫 번째 요구는 수용하면서도 한국 전문가 참여에 대해 확답하지 않은 건 유감이다.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면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의 불안부터 해소하는 게 우선이고 상식이다. 사실 중국은 오염수 방류를 강력히 반대하며 방류 계획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전문가가 방류 점검 과정에 참여하는 게 그나마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이번 회담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마치 우리가 용인한 것처럼 해석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오염수 안전과 방류 지지 여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미 우리 정부가 권고한 대로 오염수 처리 필터 점검 주기를 단축하고 5개 핵종을 추가 측정하는 것도 일본과 실무 협의 과정에서 관철시켜야 한다. 한국은 이미 물 잔의 반 이상을 채웠다. 이젠 일본이 성의를 보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