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외부인사를 영입해 당 혁신위원회를 꾸렸지만 존재감이 미미한 데다 힘이 실리지 못해 기대마저 꺾이는 모습이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변화를 끌어내지 못할 바에야 ‘혁신위 무용론’이 나오는 것이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그제 첫 기자간담회를 열어 윤리정당 등 3개 분야 혁신안을 21일부터 순차 발표하겠다고 했다. 선출직 공직자의 위법행위 시 당의 조사개시 시스템을 만들고, ‘꼼수 탈당’은 복당을 금지시킨다고 했다. 그러면서 “혁신제안을 안 받으면 민주당은 망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나 민주당은 보기 좋게 이를 깔아뭉개고 있다. 혁신위는 지난달 23일 1호 제안으로 소속의원 전원이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서약서를 제출하고, 체포동의안 당론 가결 채택을 요구했다. 이를 당 지도부는 의원총회에서 결정하겠다며 질질 끌다 어제서야 의총을 열고도 재논의키로 결론을 미뤘다. 이재명 대표가 약속한 ‘전권형 혁신위’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혁신위도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꼼수 탈당 금지를 말하면서 재산 축소 신고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제명됐다가 7일 복당한 김홍걸 의원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비례대표인 김 의원은 자진탈당하면 의원직을 잃는 것을 피해 3년 전 제명된 뒤 복당해 의원직을 유지한 대표적 꼼수 사례다.
이대로라면 민주당에 혁신의지가 있다고 누가 믿겠나.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투쟁이나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에 당력을 쏟는다 해도 야당을 향한 국민 시선이 냉랭한 까닭이다. 검찰이 '20명'으로 특정한 돈 봉투 사건 관련 의원들조차 스스로 조사하지 못하는 온정주의야말로 당을 망치는 행태다. 혁신위는 공언대로 대선패배 및 이 대표 체제 1년을 냉정히 평가하고 당 지도부는 이에 따라 향후 진로를 다잡기 바란다. 그게 대선 때 표를 찍어준 국민과 당원에 대한 예의다. 혁신위가 무용지물로 끝나면 다음 수순은 ‘비대위’로 떠밀려 갈 수 있음을 민주당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