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무더위가 전 세계 사람들의 식탁까지 덮치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 탓에 가뜩이나 비싼 먹거리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폭주했던 글로벌 물가 오름세가 올해 들어 진정됐다고 하지만, 식료품 중심인 밥상 물가는 뜀박질을 멈추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물가 안정의 체감도마저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인도에선 '토마토 뺀 햄버거'가 등장했다. 그것도 글로벌 버거 프랜차이즈인 맥도널드의 메뉴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지의 토마토 가격이 최근 반년 사이 5배나 폭등했기 때문이다. 섭씨 40도를 웃도는 때 이른 폭염이 토마토 농사를 망친 결과다. 인도인 밥상에서 빠지지 않던 토마토는 어느새 대기업도 구입을 포기하는 '고급 식재료'가 됐다.
실제로 인도 소비자부에 따르면 최근 수도 뉴델리에서 토마토 1㎏의 평균 가격은 138루피(약 2,140원) 정도다. 올해 초 27~30루피(약 418~464원)와 비교하면 400%가량 오른 셈이다.
토마토 가격을 천정부지로 치솟게 만든 주범은 날씨다. 지난 4월부터 본격화한 이상고온 현상에 인도는 최고 기온이 40~45도인 날이 최근까지 이어졌다. 인도 채소재배협회는 4~6월 폭염으로 올해 전체 토마토 수확량의 70%가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밥상 물가 오름세에 신음하는 건 유럽도 마찬가지다. 세계 올리브 생산량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남유럽에선 올리브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분석기관 민텍은 유럽 내 올리브유 가격이 지난해 9월 ㎏당 4유로에서 최근 7유로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고 밝혔다.
전 세계 올리브유의 절반가량을 생산하는 스페인만 봐도, 올리브 수확량(약 62만 톤)이 전년(150만 톤)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카일 홀랜드 민텍 연구원은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국제 올리브유 가격을 밀어올리는 주된 원인 역시 날씨, 곧 기후변화다. 특히 스페인은 40도를 넘나드는 폭염과 장기화한 가뭄에 직격탄을 맞았다. 4월 기준 스페인의 월간 강수량은 34개월 연속 평균치를 밑돌았고, 전국 곳곳의 저수지들은 말라붙었다. 최근 카탈루냐의 한 저수지 수량은 평균 용량의 30% 미만으로 쪼그라들었다.
문제는 지구 전역을 동시다발로 덮친 이상기후가 인플레이션을 계속 부추길 것이라는 점이다. 유럽중앙은행은 지구온난화로 2060년까지 식량 가격이 0.6~3.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식재료 가격이 치솟으면 가공식품과 외식물가 등 전반적인 먹거리 가격이 올라 전체 물가에도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FT는 "기후변화로 식량 가격 오름세가 계속되고, 정부가 이를 완화하기 위해 재정을 쏟아부을 경우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