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연 앞둔 장필순 "어느새 환갑... 깊어진 음악 들려주고 싶어"

입력
2023.07.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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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2일 서울 홍대서 단독 콘서트 '제주 여름' 예정
"여백 있는 공연이 좋아져... 귀 기울여 들을 수 있을 것"

한국 대중음악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기획사 동아기획·하나기획의 초기 멤버. '국내 포크 음악의 대모'라는 수식어가 대변하는 탁월한 싱어송라이터. 장필순(60)이 약 5년 만의 서울 단독 콘서트 소식으로 찾아왔다.장필순은 다음 달 12일 서울 홍대에서 단독 콘서트 '제주 여름'을 개최할 예정이다. 제주에 살고 있는 그는 지난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휴가를 못 가는 관객이 있다면 이 공연으로나마 쉼을 주고 싶다"고 했다.

정적인 노래로... 우물 속 깊은 면 보여주기로 해

장필순은 공연을 앞두고 이동하는 시간 틈틈이 자신의 무대 영상 등을 보며 가사를 숙지한다. 인터뷰를 했던 이날도 어김없이 차에서 영상을 보던 그는 오랜만에 듣게 된 한 연주에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고 털어놓았다. 살아온 세월이 새삼 실감나서였다. "제가 올해로 환갑입니다. 항상 나이가 드는 때를 준비하며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내게도 이런 때가 오는구나' 싶더라고요. 서글프다기보다는 인생의 노을이 지는 때를 맞았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해서요."

나이가 들면서 가수로서 확고해지는 생각은 '색다른 모습보단 깊어진 내면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그가 표현하는 '깊어진 내면'이란 무얼까. "깊은 우물 속에도 잔잔한 듯 굽이치는 물결이 있듯, 변화가 없는 것 같아도 평화를 유지하고자 애쓰는 마음"이다. 2013년 '위드 미샤' 전국 투어 콘서트 때만 해도 역동적인 풀밴드 구성을 선보였던 그가 이번에는 뜻 맞는 후배 뮤지션 몇 명과 소박한 공연을 여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필순은 "시간이 갈수록 여백 있는 공연이 더 좋더라"며 "물론 그만큼 지루하지 않은 공연을 만들어야 하니 고민을 거듭하고 있지만, 귀 기울여 들을 때 더 잘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서 변화해온 음악... "느낀 것을 표현할 뿐"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껴 화려한 가요계 활동을 뒤로하고 제주도에 정착한 지 16년. 그는 동물권·환경 문제에 한결같이 관심을 쏟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상황이 여의치 않았을 때도 유기견 후원 공연이라면 발 벗고 나섰다. 그는 "동물 구조 활동을 하는 내게 혹자는 '좋은 일 한다'고 얘기하지만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모가 났던 예전보다 너그러워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으니 오히려 내가 도움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살이는 그의 음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정규 8~12집은 자연 속 서정적인 음악이 주를 이룬다. 그는 "도시에 계속 있었다면 생명·자연의 미학과 소중함을 알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것을 알게 된 지금의 내가 좋다"고 말했다.

장필순은 지난해 5곡이 수록된 EP '고마워'를 발매한 이후에도 음반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우선 EP '고마워'에 세 곡을 추가해 올해 초 중 LP를 내려 했던 계획을 진행 중이다. 그는 EP '고마워'에 대해 "20대부터 함께한 오랜 음악 동지 최기웅씨의 곡들로 구성돼 유독 애틋하다며 "세 곡을 무엇으로 정할지 고심하느라 LP 발매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LP 작업뿐만 아니라 이후 음반 활동도 준비 중이다. 그는 "허락된 시간이 짧아지고 있으니 작업을 부지런히 하려고 한다"고 했다.

오늘날 국내 음악 시장에선 쉴 새 없이 강렬한 노래들이 대중의 주목을 받기 쉽다. 하지만 장필순이 지향하는 건 '쉼표가 많음에도 울림을 주는 음악'이다. 그는 "지금 곡 작업에선 내 노래가 널리 알려지는 문제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대세에 휩쓸리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훗날 음악인들에게 본(本)이 되는 가수로 남고 싶다는 그의 목소리가 조용하고도 단단했다. "제 음악이 10년 후에 들리든, 제가 죽은 후에 들리든 상관없어요. 이 순간에 느낀 것을 제 방식대로 표현하고 싶을 뿐이에요."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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