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주택구입과 전세자금 수요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약 5조8,953억 원 늘어난 1,062조2,534억 원으로 집계됐다. 4, 5월에 이은 3개월 연속 증가로, 증가 폭도 2021년 9월(6조4,000억 원 증가) 이후 21개월 만에 최대다. 잔액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주담대가 한 달 사이 7조 원가량 불어난 영향이 컸다. 주담대는 3월부터 4개월째 증가하는 추세인데, 4월 2조8,176억 원, 5월 4조2,478억 원, 5월 6조9,805억 원으로 증가폭이 달마다 껑충 뛰고 있다. 이달엔 줄곧 감소하던 전세자금대출까지 소폭이지만 1,000억 원 증가 전환하며 가계부채를 키웠다.
연초부터 늘어난 주택 거래와 입주 물량이 2, 3개월 시차를 두고 주담대 실행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실제 3·4월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는 3만5,000호, 3만4,000호씩 회복했고, 입주 물량도 각각 2만2,000호, 2만3,000호 늘었다.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와 특례보금자리론 취급 확대도 가계의 주택자금 수요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은은 아직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면서도 가계부채 증가세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윤옥자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지난달 주담대 증가 규모가 커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기타대출 등 전체적인 가계대출 증가 흐름이 매우 빠르다는 정도까지는 아니다”라면서 “속도가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일반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5월 가정의 달 소비 확대 등 계절 요인이 소멸하면서 1조1,000억 원 줄었다.
은행 수신은 38조4,000억 원 급증해 5월(8조2,000억 원) 대비 증가폭을 크게 키웠다. 5월 8조8,000억 원 감소를 기록했던 수시입출식 예금이 37조1,000억 원이나 늘면서다. 분기 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법인자금 유입에 더해 기업 여유자금이 일시적으로 예치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기예금 역시 예금금리 상승에 힘입어 4조4,000억 원 증가했지만, 증가 폭은 5월(10조5,000억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6월 말 기준 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1,210조1,000억 원으로 전월보다 5조5,000억 원 증가했다. 매년 6월만 놓고 비교하면 2009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윤 차장은 "최근 기업들이 회사채나 기업어음(CP) 같은 직접 금융시장보다 대출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향이 있어 관련 대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