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 인구 20퍼센트가 노인인 '초고령 사회'가 경제적 기회라고?

입력
2023.07.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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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슈퍼 에이지 이펙트'


"우리는 나이를 먹는 일이 무조건 나쁘다는 사회적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실상 인구 고령화는 우리가 죽기 전에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이자 비즈니스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인류는 역사적으로 젊음을 숭배해왔다. 클레오파트라는 매일 당나귀 젖으로 목욕을 해서 젊은 피부를 유지하려 했고, 알리바바의 설립자 마윈은 "60세가 넘으면 손주들이나 보면서 집에 있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진리 하나. 사람은 누구나 늙으며,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에서 급격히 가속화된 고령화로 인류는 곧 역사상 최초로 노령 인구가 젊은이의 수를 넘어서는 '슈퍼 에이지' 시대에 진입하게 된다. 그런데 노령 사회가 '거대한 기회'라고?

책 '슈퍼 에이지 이펙트'를 쓴 저자 브래들리 셔먼은 인구 통계와 고령화를 기반으로 미래 트렌드를 연구하는 전략 자문 회사 '더 슈퍼 에이지'의 창립자이자 대표다. 그는 주장한다. "출생률이 급감하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혁신과 발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노인'을 연상하면 그려지는 장면은 대체로 두 가지다. 백발에 카디건을 걸치고 쓸쓸하게 요양원으로 향하는 무기력한 모습, 혹은 노후를 대비하지 못해 빈곤에 허덕이는 모습. 모두 '늙음'을 생산성을 잃어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다했다고 볼 때의 관점이다.

슈퍼 에이지가 도래한 앞으로의 모습은 다르다. 2021년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는 "앞으로 50세 이상의 인구가 소비하는 돈은 2020년의 8조7,000억 달러에서 향후 15조 달러까지 증가할 것"이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트렌드를 이끄는 소비의 주역도 MZ세대에서 '미들-플러스(중년층과 은퇴 시기가 지난 노년층을 포함한 50~74세의 집단)'로 이동할 것이라 본다. 항상 새롭게 등장하는 젊은이의 문화를 새로운 표준으로 채택하는 '유스 마켓' 전략보다 노인층을 포함한 다양한 세대를 겨냥한 제품과 서비스가 각광을 받는 날이 올 것이라는 게 저자의 전망.

이름하여 '엘더노믹스(eldernomics)'는 이미 목전에 도래한 미래다. '인스타그래니(인스타그램 할머니·Instagranny)'라 불리는 여성 인플루언서처럼 전 세대에 영향을 미치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노년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봐, 나이 든 친구(아이 알터·Ey Alter)'라는 이름의 전시를 열어 노년 세대가 독일 사회와 기업에 미칠 긍정적 영향을 보여주며 노화에 대한 사회적 관점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회사의 최고운영책임자는 젊은 직원과 나이 든 직원 사이의 협력을 장려하기 위한 설문조사도 진행했는데, 그 배경에는 향후 반드시 고령층 직원을 필요로 하게 될 거라는 경영적 판단이 있었다. 중국의 타오바오는 노인층 시장의 점유율 확대와 효과적인 고객 서비스를 위해 지역 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60세 이상 노년을 모집한다는 채용 광고를 냈다. 온라인 쇼핑을 처음 사용하는 노인 고객을 지원하고 그들의 디지털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한 '타오바오 노인 대학'을 운영하는 데에도 고령층 직원을 활용했다.

'저출생'이니 '인구 절벽'이니 하는 암울하고 부정적인 그림자가 고령 사회를 드리우고 있지만, 저자는 슈퍼 에이지를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바꾸는 데 힘을 쏟는다. 특히 그는 "노인들의 권익을 옹호하고, 나이 든 직원들이 업무현장에 기여하는 가치를 찬양하며, 제품 및 서비스 개발 과정에 고령자 포용적인 접근방법을 채택할 것을 촉구하고, 노년층 인구를 공동체에 적극적으로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고 출산율이 곤두박질치는 한국은 어떨까. 저자는 책에서 '인구 고령화로 인해 경제가 위축되는 현상을 되돌리기에 이미 때가 너무 늦은 국가' 중 하나로 한국을 꼽는다. 어느 사회보다 연령주의와 그에 따른 위계 질서가 공고하고, 노인 소외와 빈곤이 만연한 가운데 2025년이면 초고령 사회 진입이 확실시되는 한국은 '슈퍼 에이지' 시대를 지혜롭게 맞이할 수 있을까. 이 책에 담긴 상세하고 풍성한 해외 사례와 통계에 기반을 둔 논증이 그 길잡이가 될 것이다.





이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