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할매글꼴'로 유명세를 떨친 경북 칠곡군 할매들이 이번엔 래퍼로 변신했다. 열 달간 맹연습 끝에 지난 9일엔 마을회관에서 지역 주민 등을 대상으로 발표회도 열었다.
칠곡지역 할머니들로 구성된 보람할매연극단은 지난 9일 북삼읍 어로1리 마을회관에서 '1080 힙합 페스티벌'을 열었다. 지난해 9월 힙합에 도전한 지 9개월 만의 발표회다.
보람할매연극단은 2015년 11월 성인문해교실 수강생들로 결성했다. 현재 단원은 55~87세, 평균연령 77세의 칠곡할매 9명이다. 칠곡군 성인문해교실은 수강생 중 일부가 '칠곡할매글꼴'을 제작, 무료로 배포해 화제의 주인공으로 등극한 상태다. 칠곡할매글꼴은 대통령 연하장에서 쓰였다.
이날 발표회에서 최고령인 장병학(87)씨는 선글라스를 쓰고 아래위로 펑퍼짐한 옷차림으로 솔로로 무대를 휘저었다. 최순자(78)씨는 목걸이와 팔찌 등으로 치장한 뒤 무대에 올라 200여 명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연극배우'로 활약하던 할매들이 힙합에 도전한 것은 지난해 9월. 농촌의 일상 등을 담은 곡 4곡을 만들고 손을 아래위로 흔드는 등 독자적인 안무도 개발했다. '고추 따던 할매들, 땅콩 캐던 할매들' 등 가사로 운율을 살렸고 '랩을 매일 연습해' 등 내용으로 배움에 대한 의지도 담았다.
힙합에 도전하게 된 것은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젊은 층의 문화인 힙합이 최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대구 출신의 힙합 뮤지션 탐쓴(30·본명 박정빈)은 매달 5차례나 할머니들의 연습장인 마을회관을 찾았다. 성인문해강사인 황인정(49) 보람할매연극단장도 직접 춤을 배워 지도에 나섰다.
정송자(78)씨는 "며느리도 못 하는 랩을 할 수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제는 방송에 나오는 랩 가사가 들리기 시작해 손주와 친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칠곡군은 지난해 12월 법정 문화도시 지정을 계기로 국비 75억 원 등 150억 원을 들여 인문학가치 확산 등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세대간 문화소통을 위해 '우리 더해야지' 사업도 시작했다. 칠곡할매글꼴에 이어 칠곡을 대표할 새로운 문화콘텐츠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마지막 세대 할머니들이 문화의 수혜자에서 공급자로 우뚝 서고 있다"라며 "디지털 문해교육과 문화도시로 인문정신을 확산하고 남다른 문화콘텐츠 생산을 위한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