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의 쌍둥이 동생들이 언니와 같은 7월에 태어난 비밀은

입력
2023.07.11 12:00
24면
7일 새벽 쌍둥이 판다 출산 성공, 국내 최초
임신 여부 확인도 어려운 판다
24시간 모니터링 체계 갖추며 출산 준비


지난 푸바오에 이어 국내 최초로 쌍둥이 아기 판다가 태어나 너무 기쁩니다. 많은 국민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전하는 판다 가족이 될 수 있도록 잘 보살펴 나가겠습니다.
'판다 할아버지' 강철원 에버랜드 사육사


에버랜드의 명물 판더 푸바오가 쌍둥이 동생들을 얻었다. 우리나라서 세계적 멸종 취약종인 판다 쌍둥이가 태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운영하는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는 7일 2016년 중국 판다보호연구센터에서 온 엄마 아이바오(만 9세)와 아빠 러바오(만 10세) 사이에서 쌍둥이 판다 자매인 암컷 두 마리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고 11일 밝혔다. 이로써 3년 전인 2020년 7월 국내 최초의 아기 판다로 태어나 많은 이들을 '푸바오 앓이'에 빠지게 한 푸바오는 세 자매의 맏언니가 됐다.



가임기 1년에 사흘…외형 특성상 임신 확인도 어려워


판다는 ①가임기가 1년에 단 한 번뿐이고 ②그 기간도 봄철에 1~3일이라 임신이 매우 어렵다. ③홀로 살려고 하는 판다의 생태 습성까지 감안하면 서로 떨어져 지내다가 번식기에만 만나 짝짓기에 성공할 확률은 더욱 낮다. 보통 짝짓기에 성공하면 넉달 가까이 임신 기간을 가진 후 대부분 7,8월에 출산하는데 세계 모든 판다들의 생일이 이 기간에 몰려 있는 이유다. 에버랜드 판다월드에 있는 판다들도 모두 7월에 태어났다.

에버랜드 동물원은 2020년 푸바오가 태어났을 당시 얻었던 번식 노하우를 바탕으로 올해 아이바오와 러바오의 움직임을 꼼꼼히 살피며 새 생명 탄생을 준비했다. 특히 혈액·소변 검사 등 판다들의 호르몬 변화 데이터를 푸바오 때와 비교해 과학적으로 분석하며 짝짓기 성공 확률이 높은 기간을 정했고 2월 중순 판다 부부는 자연 교배에 성공했다.

성체 체중의 약 0.1%에 불과한 미숙아 상태로 태어나는 판다 특성 때문에 겉 눈으로 봐서는 알기 어렵고 상상 임신 가능성도 높아 출산이 거의 다 왔을 때까지 임신 했는지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에버랜드 동물원은 푸바오 출산 때와 비슷한 행동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아이바오의 상태를 확인한 후 사육사와 수의사로 전담 케어팀을 꾸려 실제 임신과 같은 수준으로 아이바오를 보살폈다. 6월 중순부터는 아이바오를 외부 방사장 대신 출산을 위해 마련한 전용 분만실에서 생활하게 하고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했다.



아이바오 수면량 증가, 임신 가능성에 집중 케어


출산일(7일)에 엄마 아이바오는 진통을 시작한 지 약 1시간 만인 오전 4시 52분 첫째를, 오전 6시 39분 둘째를 낳았다. 아기 판다 자매의 몸무게는 각각 180g, 140g이다. 현재 약 98㎏에 이르는 푸바오는 세상에 나올 당시 겨우 197g이었다.

아이바오는 최근 잠을 많이 자고 식욕이 떨어지는 등 임신 가능성을 보여 판다월드 내실에서 머물며 사육사와 수의사는 물론 중국 판다보호연구센터에서 온 판다 전문가의 집중 보살핌을 받아 왔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산모와 쌍둥이 판다 모두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아이바오가 푸바오 때의 경험을 살려 아기들을 능숙하게 케어하고 있고 사육사들이 아이바오의 산후 관리와 육아를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통 판다들이 쌍둥이를 낳을 확률은 40~50% 수준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프랑스, 일본 등 다른 해외 동물원에서도 쌍둥이 판다가 태어났으며 2014년 중국에서는 세계 최초의 세 쌍둥이 판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일반 공개는 6개월 이후로 예상


평균 수명이 약 20~25년 정도인 판다는 야생에서 1,800여 마리만 남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정한 멸종 취약종(VU)이다. 서식지인 중국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19개 나라에서 생활 중이다.

야생에서는 판다가 쌍둥이를 출산했을 경우 어미가 두 마리 모두를 키울 수 없어 한 마리만 살아남는 경우가 많지만 판다 연구기지, 동물원 등 판다번식 전문 기관에서는 사육사들의 인공 포육 병행을 통해 쌍둥이들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앞으로 에버랜드는 쌍둥이 아기 판다의 건강 상태와 성장 과정을 관찰하며 일반 공개 시기를 검토할 예정이다. 푸바오는 네 발로 걷고 대나무를 먹기 시작하며 외부 환경에 적응한 뒤 태어난 지 6개월 쯤 팬들을 만났다.

에버랜드는 일반 공개 전까지 유튜브 '에버랜드', '말하는 동물원 뿌빠TV', 네이버 카페 '주토피아'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 및 팬 커뮤니티를 통해 쌍둥이 판다의 성장 과정과 판다 가족의 모습을 꾸준히 공개할 예정이다.




안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