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10일(현지시간)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가능한 한 빨리 추진하는 데 전격 합의했다.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튀르키예의 유럽연합(EU) 가입 절차 재개를 선결 조건으로 추가 요구하며 버텼지만,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이다.
미국 CNN방송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튀르키예·스웨덴 정상 회동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튀르키예) 의회에서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진행하도록 합의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스웨덴 정상과 나토 사무총장 간 회동 뒤 나온 공동성명에도 “튀르키예는 스웨덴 가입 비준안을 의회에 전달하고, 의회와 긴밀히 협력해 비준을 보장할 것”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단, 구체적인 의회 상정 시한은 언급되지 않았다.
앞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날 나토 정상회의 장소인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떠나기 전 취재진에게 “튀르키예의 EU 가입에 협조해 주면,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대해서도 동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반(反)튀르키예 무장단체인 쿠르드노동자당(PKK)에 대한 미온적 대응 △최근 이슬람경전 쿠란 소각 시위 등을 문제 삼으며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반대해 왔던 튀르키예가 또 하나의 요구 조건을 들이밀었던 것이다. 그러나 몇 시간 만에 튀르키예가 나토 가입 동의의 마지막 관문인 ‘의회 가결’ 절차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도 청신호가 켜지게 됐다.
외신들은 이번에도 에르도안 대통령의 ‘실익 외교’가 또다시 통했다고 분석했다. 나토의 의사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지는데,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국 관련 사안에서 회원국들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논의 진행에 번번이 제동을 걸곤 했다. ‘나토의 이단아’로 불리는 이유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스웨덴이 EU 회원국으로서 튀르키예의 가입 절차를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EU-튀르키예 관세동맹 개편, ‘비자 자유화’(비자 면제) 등을 돕는 데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또 PKK나 쿠르드민주연합당(PYD) 등 반튀르키예 단체에 대한 스웨덴과 나토의 대응 강화도 이날 회동에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나토는 튀르키예가 콕 집어 요구한 ‘EU 가입’에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EU 확장 문제는 EU가 결정할 일이고, 우리는 나토 확장에만 집중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EU는 ‘완전히 별개의 사안’이라며 에르도안 대통령 발언에 반발했다.
앞서 스웨덴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오랜 군사적 중립 정책을 철회하면서 같은 해 5월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 신청서를 냈다. 이후 핀란드는 기존 회원국 30곳의 만장일치 동의를 얻어 11개월 만인 올해 4월 31번째 나토 멤버가 됐지만, 스웨덴은 튀르키예·헝가리의 반대로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