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찬성' 보건의료노조 13일 총파업… 의료현장 19년 만의 대혼란 예고

입력
2023.07.1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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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전 총파업 땐 1만 명, 이번엔 4만5000명
13, 14일 총파업 후 해결 안 되면 무기한 파업
복지부 장관 "환자의 곁에 남아달라"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13일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전 조합원의 절반가량이 참여하는 총파업에 돌입한다. 2004년 이후 19년 만의 총파업이며 파업 기간은 무기한이다. 보건의료노조에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약사 등 60여 직종이 속해 있어 의료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건의료노조는 10일 서울 영등포구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7일까지 실시한 파업 찬반 투표가 찬성률 91.63%(4만8,911명)로 가결돼 13일부터 총파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반대는 8.15%(4,350명), 무효표는 0.19%(103명)였다. 투표엔 전국 127개 지부, 145개 사업장의 조합원 6만4,257명 가운데 83.07%(5만3,380명)가 참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근무조별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대 5 및 직종별 인력 기준 마련 △코로나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확대 △의사 확충 및 불법의료 근절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쟁의조정 신청과 이번 투표로 파업권을 확보한 인원은 전체 조합원(약 8만5,000명)의 76%에 이르는 6만4,257명이다.

경희의료원, 고대의료원(안암·구로·안산), 이화의료원(목동·서울), 한양대의료원(서울·구리) 등 대학 부설 병원을 비롯해 국립중앙의료원, 서울보훈병원, 국립암센터, 중앙혈액원, 인천의료원 등 공공 의료기관 조합원도 파업에 참여한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사용자 측 불성실 교섭과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13일 오전 7시를 기해 전면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강조했다.

총파업 화력을 집중하는 것은 13일과 14일이다. 첫날인 13일은 서울 광화문·덕수궁·대한문 일대에서 전국 조합원이 집결하는 상경 투쟁을 벌이고, 14일은 서울 부산 광주 세종에서 지역별 거점파업을 진행한다.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으면 이후부터는 자체적으로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다.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은 의료민영화 저지와 주 5일제 관철을 요구한 2004년 이후 19년 만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한 2021년 9월에도 노조는 총파업을 예고했지만 막판에 협상 타결로 파업 개시 5시간 전에 철회했다.

쟁의조정을 신청한 조합원이 2004년 당시 파업 참여 인원(1만여 명)보다 6배가량 많아 의료 현장이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상황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환자 생명 및 안전과 직결된 조합원을 제외하고 4만5,000명 정도가 총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한다. 노조는 "보건의료인력 부족, 필수의료·공공의료 위기를 해결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환자와 가족, 국민이 입게 된다"며 "불편과 걱정을 끼쳐 죄송하지만 하루빨리 파업을 해결하고 환자 곁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열어 보건의료 재난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한 보건복지부는 이날 2차 회의에서 비상진료 대책과 유관기관 협조 체계를 점검했다. 회의를 주재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그동안 노조가 제기한 문제들은 의료 현장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외면한 채 정치파업에 동참해서는 안 되고, 환자의 곁에 남아달라"고 촉구했다.

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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