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국내 증시 상승세를 이끌어온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사실상 주식을 팔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일 기준 외국인의 연초 이후 유가증권시장(코스피) 누적 순매수액은 12조2,88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외국인이 삼성전자 한 종목에서 사들인 순매수액은 12조3,052억 원이다. 삼성전자 단일 종목에 대한 순매수액이 외국인의 전체 코스피 순매수액을 172억 원가량 초과한 것이다. 이는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국내 주식들에 대해선 매도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외국인의 ‘삼전 선호’는 점점 더 두드러지는 추세다. 1분기 말까지만 해도 외국인의 연초 이후 코스피 순매수액에서 삼성전자 순매수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66%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2분기가 끝난 지난달 말 기준 98.1%까지 치솟았고, 이달 들어선 100%선을 초과했다. 지난달 22일부터 11거래일 연속 삼성전자 순매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2분기 잠정실적이 발표된 7일 853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수급이 주목받는 건 올해 지수를 끌어올린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30일 종가 2,155.49로 저점을 찍은 코스피는 지난달 9일 종가 기준 2,641.16을 기록, 22% 상승하며 기술적 강세장(저점 이후 20% 이상 상승)에 진입했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온 코스피 반등세의 핵심 투자 주체는 외국인”이라며 “연초 이후 수익률 상위 업종 대부분은 외국인 순매수 강도가 높게 나타난 업종이었다”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 '대장주' 삼성전자를 제외하곤 매수세가 한풀 꺾인 배경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외국인의 코스피 누적 순매수액은 지난달 16일 14조 원을 넘어서며 정점을 찍은 뒤 줄곧 줄어 다시 12조 원대로 내려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상장주식 3,220억 원(코스피 460억 원, 코스닥 2,760억 원)어치를 팔아 치우며 석 달 만에 ‘팔자’ 기조로 돌아서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환율이 떨어지고(원화 강세) 수출 회복 신호도 감지되는 만큼 다시 매수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환율이 1,300원대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 매도세는 점차 진정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다만 반도체 등 일부 산업에 집중되는 쏠림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