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이 지난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발표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일본명 ‘처리수’) 방류 계획 검증 보고서의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가입국 중 두 번째로 많은 분담금을 내고 있고, 인력을 대거 파견하는 등 기여가 큰 만큼 IAEA가 정치적 고려를 했을 수 있다는 취지다.
도쿄신문은 외무성이 매년 발간하는 외교청서를 인용해 외무성이 2020년 IAEA에 낸 자금은 총 63억 엔(약 578억 원)이라고 8일 전했다. 국가별 순위가 나와 있는 가장 최신 자료인 2017년판 ‘국제기구에 대한 출연금·출자금 등에 관한 보고서’를 보면 2017년에 IAEA에 일본이 낸 분담금 및 의무 출연금 비율은 전체의 9%로, 가맹국 중 2위다. 1위는 미국(25%), 3~5위는 중국(7%), 독일(6%), 프랑스(5%) 순이다. 일본의 임의 출연금 비율은 더 높은 12%로, 역시 2위였다. 연도별 일본의 분담금을 보면, 2015년엔 11%, 2016년엔 10%, 2017년 9% 순으로 비중은 줄었으나 2위는 계속 유지됐다.
외무성 외의 부처도 IAEA에 자금을 지원했다. 일본 정부의 올해 예산 내역에 따르면, 원자력규제청이 약 2억9,000만 엔(약 26억5,900만 원)을, 문부과학성이 약 8,000만 엔(약 7억3,300만 원)을, 경제산업성이 약 4억4,000만 엔(약 40억3,500만 원)을, 환경성이 약 3,000만 엔(약 2억7,500만 원)을 IAEA 출연금으로 계상했다. 여기엔 직원 파견 비용이 포함돼 있다. 원자력규제청은 직원 9명을 파견할 예정이며, 경산성은 3명을 보낸다. 경산성 관계자는 "IAEA에 파견한 직원들은 원전이 없는 나라가 원전을 도입하는 것을 돕거나 원전 폐로 작업 지원을 한다”고 밝혔다.
도쿄신문은 “이런 상황에서 IAEA의 후쿠시마 최종보고서가 중립적 입장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배려’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지난 4일 일본을 방문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은 IAEA의 큰 기여국”이라며 감사를 표한 바 있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그는 7일 일본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선 “IAEA는 중립적”이라고 해명했다.
후쿠시마현 소마시 주민들로 구성된 ‘원전사고 피해자 모임’의 고쿠분 도미오(78)는 “IAEA가 일본으로부터 분담금도 많이 받고, IAEA 회원국 중에는 원전 도입을 추진하는 국가가 적지 않은데 중립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번 보고서는 원전 찬성파가 벌인 희극”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