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일단 기선을 잡았다는 판단이다. 특혜 의혹의 중심에 김건희 여사를 끌어들이는 것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마냥 밀어붙이기엔 부담스럽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사업 백지화'라는 초강수로 맞불을 놓으면서 민주당이 자칫 덤터기를 써 원성을 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뒤로 빠지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면에 부각돼 존재감이 커지는 것도 내키는 상황은 아니다.
이에 민주당은 먼저 원 장관의 예봉을 꺾는 데 화력을 집중했다. 이재명 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놀부 심보도 아니고 참 기가 막힌다. 내가 못 먹으니까 부숴버리겠다는 것이냐"며 "치기마저 느껴지는 장관의 백지화 선언이 바로 백지화돼야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면피하겠다고 애먼 양평군민들을 볼모로 잡는 것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당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들도 "무엇을 밝히는 게 두려워 1조8,000억 원짜리 사업을 장관 말 한마디로 백지화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양평군민들이 민주당을 원망하도록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동시에 '원안 추진'을 강조했다. 소속 의원과 경기 여주‧양평지역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원안추진위를 구성했다. 여론의 불똥과 지역주민들의 반발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원안추진위 구성에 힘을 싣겠다"(이 대표), "전면 백지화를 철회하고 원안대로 처리하라"(당 진상규명 TF)며 역공을 폈다.
아울러 국회에서 대공세를 예고했다. 여야는 17일 국토교통위 상임위 전체회의를 열고 원 장관을 불러 이번 사안에 대한 현안질의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장내에서 정면으로 맞서 각종 의혹을 속시원하게 규명하자는 것이다.
다만 국정조사나 당 차원의 고발은 자제할 방침이다. 불필요한 공방으로 흘러 논점이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민주당 관계자는 "원 장관 이름으로 김 여사 특혜 의혹을 지우려는 모양새"라며 "원안 사수 의지만 뚜렷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TF단장 강득구 의원은 원 장관을 탄핵해야 한다고 강경 발언을 했다가 "사업 백지화라는 행정 독재에 대해 개인적 고민을 얘기했던 것"이라며 서둘러 셀프 진화에 나섰다.
이날 원 장관은 페이스북과 CBS 라디오를 통해 '2021년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 민주당 소속 군수와 지역위원장 등이 양평 고속도로 대안 노선에 있는 강하 나들목(IC) 설치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민주당 소속 정동균 당시 양평군수와 최재관 여주·양평 지역위원장은 "대안이 아닌 원안 노선 위에 IC를 설치해달라고 요청했던 것"이라며 "같은 강하면이라도 완전히 다른 곳인데 원 장관이 둔갑시켜 가짜뉴스를 조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