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7일간은 역대 '가장 더운 한 주'였다."(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지난 사흘은 지구의 현대사에서 가장 더웠던 3일이었을 것이다."(미국 뉴욕타임스)
지구의 일일 평균기온이 관측 이래 최고 기온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이상고온 현상과 전례 없는 폭염은 '2023년이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과학계도 화들짝 놀랐다. "기후변화가 미지의 영역에 진입했다"는 진단마저 나온다.
7일(현지시간) 미국 메인대 기후변화연구소가 분석한 미 국립환경예측센터(NCEP) 자료에 따르면, 전날 지구 평균기온은 섭씨 17.23도로 나타났다. 지난 3일 17.01도를 기록하며 종전 최고 기록(2016년 8월 14일 16.92도)을 갈아치운 이후, 나흘째 최고 기온을 이어간 것이다. 4일과 5일은 똑같이 17.18도였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현상이 7월 초에 나타났다는 데 특히 경악한다. 북반구가 가장 더울 때인 7월 말~8월 초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2016년 8월 기록의 경우, 다른 연도의 일일 평균기온과 비교해 0.68도, 일주일 전에 비해서 0.16도만 높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때 전날 지구 기온은 각각 1.02도, 0.5도나 치솟았다. 영국 가디언은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기후위기가 통제불능 상태"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7월 폭염을 두고 "12만5,000년 전 간빙기 이후 지구가 가장 뜨겁다"는 평가도 나온다.
폭염 징후는 지난 4월부터 있었다는 게 과학자들의 분석이다. 전날 유럽연합(EU)의 기후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4월 초 전 세계 해수면 평균 온도가 21.1도로 역대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인간이 초과 배출한 열의 90%를 흡수하는 바다는 기후변화 여파가 처음 미치는 지점이다. C3S는 "우리는 이미 '미지의 영역'에 진입했다"며 "해양 폭염은 극단적 기상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대 복병은 지난 2일 세계기상기구(WMO)가 공식화한 '엘니뇨'(동태평양 해수면 온도 상승)다. 반대 현상인 '라니냐'(동태평양 해수면 온도 하락)와 함께, 지구의 열 균형을 맞추는 자연 현상이지만, 올해 엘니뇨의 경우 여러모로 심상치 않다는 얘기다. 일단 규모 면에서 동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1도 이상 올라가는 '중간급' 이상으로 커질 공산이 크다. 게다가 올해 초까지 이례적으로 긴 라니냐가 3년간 이어졌다는 점에서, 그간 억눌려 있던 기온이 이번에 급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와 엘니뇨가 합쳐져 극심한 기후재난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지금의 폭염이 엘니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파울루 세피 영국 그랜섬 기후변화연구소 기후과학자는 워싱턴포스트에 "주로 겨울에 발달하는 엘니뇨는 아직 정점에 이르지도 않았다"며 "며칠 또는 몇 주 내 최고 기온 기록이 또 깨져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