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갓 태어난 딸 매장해 살해한 친모, "원치 않는 임신이었나" 질문에 "네"

입력
2023.07.07 14:15
영장실질심사 위해 법원 출석

7년 전 갓 태어난 딸을 텃밭에 암매장해 숨지게 한 40대 친모가 법원에 출석해 “원하지 않는 임신이었다”고 밝혔다.

살인과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친모 A씨는 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인천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딸 살해 혐의를 인정하느냐” “왜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았나” “딸에게 미안하지 않나”라는 물음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그는 “원치 않는 임신이었느냐”고 질문하자 “네”라고 짧게 답했다. A씨는 현재 18세인 큰 아들을 키우고 있는데 “아들 앞에서 범행을 저질렀느냐”는 질문에도 “안 그랬다”고 말했다.

A씨는 2016년 8월 7일 인천 한 병원에서 B양을 출산하고 약 1주일 뒤 경기 김포시 대곶면 텃밭에 암매장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애초 경찰은 B양이 태어난 지 하루 만에 암매장된 것으로 봤으나 조사 과정에서 A씨로부터 “출산 후 6,7일 뒤 텃밭에 묻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딸을 키우기 힘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A씨가 맏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정황을 파악해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도 추가 적용했다. 다만, 아들에 대한 신체 학대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남편과 별거 중 B양을 낳았고 이후 이혼한 뒤 혼자서 아들을 양육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는 되지 않은 아동 사례를 전수 조사하는 과정에서 시신을 유기한 정황이 나오자 추가 조사를 벌여 A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사체유기죄 공소시효(7년) 만료(8월 7일)를 한 달 가량 앞둔 시점이었다. 이후 경찰은 시신 유기 장소로 지목된 A씨 어머니 소유의 텃밭에서 B양으로 추정되는 백골화된 시신 일부를 발견했고, 살인죄를 추가 적용했다.

이환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