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UFC 경기장에서 철창 싸움을 예고한 두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페이스북 모기업) CEO가 거친 설전을 주고받으며 실전을 위한 예열에 들어갔다. 메타가 5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의 대항마로 선보인 스레드(Thread)가 하루 만에 수천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는 등 초반 돌풍을 일으키면서다. 온라인 해프닝 정도로 여겨졌던 두 사람의 자존심 싸움도 분위기가 살벌해지고 있다.
저커버그는 6일 메타의 새 SNS인 스레드의 가입자가 3,0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전날 출시된 지 16시간 만이다. 이는 출시 닷새 만에 이용자가 100만 명을 넘어서 화제가 된 챗GPT를 넘어서는 속도다. 이날 현재 스레드는 미국 앱스토어(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 장터) 무료 앱 순위 1위에도 올라 있다. 20억 명 넘는 월 이용자를 둔 인스타그램과 계정을 연동하는 방식으로 스레드를 쓸 수 있도록 한 것이 짧은 시간에 많은 이용자를 끌어모은 비결로 꼽힌다.
스레드의 초반 인기가 심상치 않자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를 이용해 메타를 저격하는 글을 잇따라 올리며 견제구를 날렸다. 그는 트위터의 최대주주로 경쟁 SNS인 스레드의 폭발적 인기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머스크는 이날 4년 전 자신이 트위터에 올렸던 '방금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했다'는 내용의 캡처 사진에 "인스타그램에서 고통을 숨기고 가짜 행복을 찾느니 트위터에서 낯선 사람에게 공격을 받는 게 낫다"고 답글을 달았다. 이를 두고 인스타그램과 계정이 연동되는 스레드를 우회 비판한 것으로 해석이 나왔다. 그는 '메타의 새로운 앱은 키보드에서 '컨트롤'과 'C', 'V' 키(복사 후 붙여넣기를 명령하는 단축키)를 누르는 것과 같다'는 취지의 이미지에 웃는 이모티콘으로 화답하기도 했다. '스레드가 트위터를 베꼈다'는 지적에 공감을 표시한 것이다.
머스크의 자극에 저커버그는 스레드를 통해 응수했다. 그는 "스레드는 훌륭하고, 트위터는 이제 끝장났다"는 한 이용자의 글에 "우리는 여기서 첫 번째 라운드를 막 시작했을 뿐"이라고 답하는가 하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스레드에 뛰어들게 돼(가입해서) 신난다"라고 적은 데 대해선 "좋은 점프"라고 치켜세웠다.
이들의 갈등은 이미 온라인을 넘어 법정까지 확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트위터는 사내 변호사 이름으로 "트위터는 지식재산권을 엄격하게 행사할 계획"이라며 "트위터의 영업 비밀 등 사용을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메타 측에 보냈다고 한다. 서한에는 메타가 스레드를 개발하기 위해 전직 트위터 직원 수십 명을 뽑은 것을 향한 경고도 담겼다고 알려진다.
이처럼 양측의 신경전이 격화하면서 머스크와 저커버그가 진짜 링 위에서 만나게 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두 사람은 이미 몸싸움을 위해 각자 주짓수 등을 훈련 중이다. 진짜 대결이 성사되면 흥행 수입은 10억 달러(약 1조3,060억 원)를 넘길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