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검찰 특수활동비(국정 수행 경비) 중 74억 원의 증빙자료가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 보조금 나눠 먹기 등 이권 카르텔의 부당 이득을 예산 제로베이스 검토를 통해 낱낱이 걷어내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 국고 보조금 부정사용 시 형사조치와 환수 방침까지 공개됐다. 문제의 특활비도 국고에서 나온 것인 만큼 투명성 확인에 예외가 되어선 안 된다.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2017년 1~4월 대검찰청 특활비와 같은 해 1~5월 서울중앙지검의 특활비 증빙자료가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이들 단체는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검찰 특활비·업무추진비 지출 기록 공개 소송을 제기해 지난 4월 대법원에서 “집행 일자와 금액, 장소를 공개하라”는 확정판결을 받아냈다. 이후 2017년 검찰 전체 특활비 집행액 160억 원 중 절반에 가까운 74억 원의 증빙 자료 누락이 밝혀졌다. 업무추진비도 전체 영수증의 61%가 전혀 보이지 않는 백지상태라고 한다.
특활비 자료가 사라진 시점은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돈봉투 만찬 사건’(2017년 4월)이 벌어진 시점과 겹친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2017년 9월 특활비 관리 제도가 개선·강화되기 이전 자료 중 일부는 관리되지 못했다”고 했다. 하승수(변호사)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돈봉투 사건 이전부터 법무부 특활비 지침이 있었고, 수령자가 영수증을 남기게 돼 있다”며 “심지어 국정원도 특활비 증빙자료를 남긴다”고 반박했다. 특활비 중 절반이 일선 검찰청에 정기 지급되고, 검찰총장이 나머지 절반을 ‘쌈짓돈’으로 써왔다는 분석이 나와 사용의 적절성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노조·시민단체와 각종 연구개발(R&D) 사업까지 보조금 조사와 삭감에 칼을 빼들고 있다. 관련 분야 길들이기라는 반발 속에서도, 세금 집행을 허투루 하지 않아야 한다는 명분은 충분하다. 보조금과 다르긴 하나 ‘눈먼 돈’ 조사에서 문제의 특활비가 비껴간다면 국민 누구도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증빙자료 누락 과정과 집행의 적절성을 조사하고 그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