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보너스' 챙긴 신사업 비결은 일감 몰아주기... 과징금 110억

입력
2023.07.06 15:30
OCI그룹, 부당 내부거래 제재
"형식적 입찰 통한 물량 몰아주기"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사인 삼광글라스(현 SGC솔루션)에 신사업 일감을 몰아준 OCI그룹에 대해 과징금 110억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OCI그룹은 공정위가 매년 지정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이다. 재계 순위 기준으로 통용되는 자산총액이 올해 38위다.

OCI그룹은 총수인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과 숙부인 이복영(SGC 계열)·이화영(유니드 계열)이 지배하는 3개 소그룹으로 나뉜다. 이번 사건은 이복영 SGC에너지 회장이 지배하는 SGC그룹에서 발생했다.

유리 용기 브랜드 '글라스락'을 앞세운 삼광글라스의 재무 상태가 2016년 악화한 게 일감 몰아주기의 발단이었다. 삼광글라스는 SGC그룹의 기획 아래 그간 해 본 적 없는 신사업을 추진했다. 유연탄을 구매해 발전사에 공급하는 사업이었다.

SGC그룹이 삼광글라스에 신사업을 과감히 맡긴 배경엔 발전 계열사인 군장에너지(현 SGC에너지)가 있다. 군장에너지가 필요로 하는 유연탄을 삼광글라스가 대거 공급한 것이다.

군장에너지는 2017년 5월부터 2020년 8월까지 경쟁입찰을 실시하면서 삼광글라스를 밀어줬다. 겉으로 보기엔 공정한 경쟁인 듯 보였지만 사실상 삼광글라스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는 들러리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 군장에너지는 10차례 입찰에서 삼광글라스에 타사 견적서, 입찰계획 등 입찰 관련 자료를 몰래 줬다. 다른 경쟁업체가 가질 수 없는 영업비밀을 토대로 입찰전략을 수립한 삼광글라스는 9번 낙찰에 성공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려는 꼼수도 발견됐다. 군장에너지는 전체 유연탄 물량 중 절반만 삼광글라스에 배정했다. 군장에너지에 유연탄을 팔고 일으킨 삼광글라스 매출액은 2017년 300억 원, 2018년 500억 원, 2019년 700억 원으로 점차 늘었다. 군장에너지가 삼광글라스에 일감을 서서히 맡긴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위장'이었다.

그 결과 삼광글라스는 2017년 6월부터 약 5년간 1,778억 원 규모의 유연탄을 군장에너지에 공급하고 영업이익 64억 원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이복영 회장 일가는 22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사실상 형식적 입찰을 통한 물량 몰아주기로 특수관계인들의 소그룹 내 지배력을 유지·강화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SGC그룹 측은 "공정위 결정에 당사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의결 결과를 면밀히 검토해 필요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세종= 박경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