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와 잦은 비가 반복되는 여름 장마철, 이렇게 기온과 습도가 높아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에서는 감염성 질환에 취약한 어린이는 장염에 노출되기 쉬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장염은 연령대가 낮을수록 많이 걸리는 편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장염 전체 환자는 42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 중 9세 이하 연령대가 22%인 924명으로 가장 많았고, 10대는 14%(58만여 명) 순이었다. 전체 3명 중 1명이 어린이와 청소년인 셈이다.
장염은 감염성 장염과 비감염성 장염으로 나눌 수 있다. 여름철에는 어패류나 날 음식 등 음식물 섭취를 통한 감염성 장염이 특히 기승을 부린다.
복통, 설사, 구토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는데, 보통은 수분 섭취와 휴식을 통해 호전되기도 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고령자, 만성질환자 등은 증상이 쉽게 악화될 수 있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강균은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아이들은 체내에 보유한 수분과 체액이 많지 않아 장염 주요 증상인 구토, 설사 횟수가 적더라도 탈수 증세가 생길 수 있다”며 “특히 어린이들은 체내 수분의 10%만 빠져도 위험한 상태가 될 수 있어 빠르게 조치해야 한다”고 했다.
감염성 장염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세균(콜레라, 대장균, 이질, 장티푸스, 예르시니아 등), 바이러스(노로 바이러스, 로타 바이러스) 등이 있다. 이들의 특징은 고온다습한 여름철 환경에서 번식이 더 활발히 일어난다는 점. 일단 이런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물을 먹으면 72시간 이내 구토, 설사, 복통, 발열 등이 나타난다.
보통 감염성 장염은 이렇게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 닭이나 오리 등 가금류 등을 충분히 익히지 않고 먹었을 때 세균 등에 감염돼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신선하지 않은 해산물이나 길거리 음식을 섭취했다가 생기기도 한다. 특히 여름방학을 맞아 어린이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배달 음식을 상온에 방치한 채 여러 번에 걸쳐 나눠먹기도 한다. 이때 음식이 쉽게 변질돼 장염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간혹 두통, 발열, 오한 등의 초기 증상만 보고 감기로 착각하기 쉽지만, 1~2일이 지나면 복통과 구토, 설사로 이어진다. 특히 10세 미만이라면 장염에 걸리면 빨리 처치해야 한다.
어른은 배탈과 설사를 한다고 해도 장염이 급속도로 진행되지 않고 보통은 대증치료로 호전되지만, 어린이들은 탈수 진행이 빨라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38도 이상의 고열 증세가 하루 이상 지속되거나, 설사와 복통이 심하고, 혈변 증상이 동반되거나, 음식을 먹기 힘든 상태라면 서둘러 입원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여름철 장염을 예방하려면 가급적 식재료를 고온에서 충분히 익혀 조리하는 것이 좋다. 또 조리한 음식은 상온에 2시간 이상 방치하지 말고 냉장 또는 냉동 보관해야 한다. 신선한 채소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곧바로 섭취하고, 물도 가급적 끓여 먹는 게 좋다.
식재료 뿐만 아니라 조리 도구나 조리 과정에서도 세균 번식을 막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 조리 도구는 자주 소독하고, 위생 관리가 어려운 칼ㆍ도마는 가급적 채소용과 육류·어패류용 등으로 나눠 사용해 교차 오염을 막는다.
여의치 않다면 채소-육류-어패류 순으로 조리하고, 각 과정마다 세제를 이용해 칼과 도마를 세척해주면 좋다.
강균은 전문의는 “구토ㆍ설사 등 장염 증상이 나타나면 물ㆍ보리차ㆍ이온음료로 수분을 보충해 탈수를 막아야 하며 아이들은 탈수가 조금만 와도 소변량이 크게 줄어드는 등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데 탈수 상태를 판단해 수액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증상이 심하면 X선 촬영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원인 균 감별을 위한 대변 배양 검사 등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방하려면 손 씻기를 자주 하고, 장염 증상이 있다면 식기와 세면 용품을 따로 사용하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장염은 한 번 걸리면 재발 확률도 높아 앓고 난 후 식습관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