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뚝' 수산시장… "우린 죽어나는데, 정치인들은 싸우느라 난리네요"

입력
2023.07.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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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안전" IAEA 보고서 발표에도 
"불안 잠재우긴 역부족" 상인들 한숨
대책 없이 정쟁만… 정치권에 쓴소리

“이미 손님들 마음 떠났어요. 그런데 안전하다는 보고서가 나왔다고 다시 오겠어요?”

5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기자와 만난 60대 상인 송모씨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원래 날이 더우면 수산물이 잘 팔리지 않는 걸 감안하더라도, 이날 시장 안은 손님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했다.

송씨는 코로나 팬데믹 때보다 손님 발길이 더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그땐 배달 주문이라도 있어서 버틸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손님이 없는 건, 제가 장사하며 처음 겪는 일이에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에 안전성 문제가 없다는 최종 보고서를 내놨지만, 수산시장 상인들의 근심은 여전하다. 국제기구 보고서 하나로 이미 겁먹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려세우기 어렵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이곳에서 장사를 했다는 상인 A씨는 “국제기구의 발표라고 하지만 그걸 100%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IAEA 발표의 영향력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시장 측과 상인들도 나름 최선의 노력은 하고 있다.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2011년부터 10년 넘게 매일 경매장과 수산시장 내 매장의 수산물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했다. 지금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방사능 기준치를 초과한 수산물이 발견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노력도 소비자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기엔 역부족이다. 낙지와 전복을 파는 상인 송씨는 “애초부터 방류와 상관없이 일본산은 꺼리는 사람이 많았는데 방류까지 눈앞으로 다가왔으니 오죽하겠느냐”며 “요샌 외국인 관광객 외엔 사실상 국내 손님은 거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와 여야 정치인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도 높았다. 정부는 뾰족한 지원책 없이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국회는 오염수 문제를 정쟁 대상으로만 삼고 있다는 게 이들 생각이다. 현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정부나 국회가 수산물 방사능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결코 해소되지 않으리라고 한목소리로 성토했다. 대게를 파는 60대 상인 김모씨는 “정부나 국회 모두 어민이나 상인이 죽어나가든 말든 상관도 안 하는 것 같다”며 “이래서야 우리가 그 사람들 믿고 장사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인들이 횟집 수조 물을 떠먹는 등 '퍼포먼스'식으로만 접근하는 점도 못마땅하다. 상인 김씨는 “안전하다는 걸 알리려고 하는 취지는 알겠지만 적당한 선을 지키지 않으니 오히려 사람들이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또 다른 상인 B씨도 “매일같이 정치인들이 오니 상자 치우는 게 더 큰일”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날 노량진수산시장 내부 전광판엔 '인근 바다에서 방사능 물질을 감시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동영상이 계속 방영됐다. 그러나 상인들 말고는 그 영상을 봐줄 사람들이 시장엔 아무도 없었다.

김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