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김부장이 매달 넷째 주 금요일만 기다리는 이유

입력
2023.07.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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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월 1회 주 4일 근무제 시행
SKT 격주, SK하이닉스 월 1회…금요일 휴식
기본 근무시간 채운 직원들만 사용 가능
워라밸 개선하면서도 업무 지장 없어 노사 만족


"아이가 학교 안 가고 여행 간다는 말에 껑충 뛰더라고요."
삼성전자 김모 부장


삼성전자를 다니며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김모씨는 지난달 23일 아이들과 강원 평창군으로 2박 3일 여행을 떠났다. 이날은 삼성전자가 처음 '월 1회, 주 4일 근무제'를 실시한 날이었다. 연차 소진 없이 자율적으로 쉴 수 있다는 말에 일찍부터 가족들과 계획을 짰다. 김씨는 "다음 달 주 4일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며 "그때를 위해 몰아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맏형 삼성전자가 부분적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비슷한 근무 형태가 다른 기업으로 확산할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①직원들은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의 완성도를 좀 더 높일 수 있다. ②기업 입장에선 직원들의 기본 근무 시간을 줄이지 않으면서도 ③추가 야근 수당도 아낄 수 있어 서로가 '윈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근무시간 다 채우면 눈치 안 보고 하루 오프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노사협의에 따라 지난달부터 '디벨롭먼트(Development) 데이'를 진행했다. 이는 직원들 중 다달이 월 필수 근무 시간(160~168시간)을 채웠다면 월급날인 21일이 있는 주간의 금요일은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다. 상부 결재 없이 시스템에 등록만 하면 쓸 수 있다. 첫 번째 디벨롭먼트 데이인 지난달 23일에는 부서별로 30~40%의 인력이 쉰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에는 기본 근무시간 160시간을 다 채웠어도 매일 회사에 나와 출근 도장을 찍어야 했다"며 "이 제도가 생기면서 본인이 일을 집중적으로 몰아서 하고 난 뒤 이날에는 쉴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SK그룹에서도 부분적 주 4일제를 '해피프라이데이'라는 이름으로 시행 중이다. SK텔레콤은 월 2회 금요일에, SK하이닉스는 매달 셋째 주 금요일에 쉰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아예 해피프라이데이에는 다른 직원들이 눈치를 볼까 봐 임원이나 팀장은 못 나오는 분위기"라며 "가족이 행복해야 직원들이 회사에 나와서도 일을 잘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제도를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은 야근도 마다하지 않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금요일에 해피프라이데이를 쓰기 위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추가 근무를 하는 편"이라며 "과거보다 더욱 효율적으로 일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원들 기본 근무시간 안 줄이면서, 초과 수당도 아껴


그동안 일부 스타트업 중에서는 근무 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주 4일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부터 주 32시간 근무제를 시행 중이며, 숙박 플랫폼인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여기어때컴퍼니는 월요일 오전 근무가 없는 '주 37시간·4.5일'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SK가 도입한 부분적 주 4일 제도의 경우 기업 입장에서도 근무시간을 줄이지 않는 만큼 큰 부담이 없다.

게다가 초과 근무 수당을 아낄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삼성전자는 월 30일 기준 160시간의 기본 근무 시간에 초과 17.7시간(17시간 42분)까지 같은 액수의 수당을 지급한다. 월 177.7시간을 넘어 일하면 추가 수당을 주는 구조다. 직원이 주 4일제를 쓰는 경우 그날 8시간만큼 근무를 하지 않게 되는 만큼 회사 입장에서는 추가 수당을 아낄 수 있다. 즉 기본 시간 외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근무 시간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다만 '4조 3교대' 근무를 하는 등 공장을 계속 가동해야 하거나 비상 대기 인력이 많은 기업의 경우 이러한 제도 도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반도체 생산직에 대해선 부분적 주 4일제 적용 대상에서 뺐다.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 경제조사팀장은 "회사가 처한 상황에 맞게 노사 협의가 된다면 충분히 시행해 볼 만한 제도"라면서도 "다만 기업별로 근무 형태가 각기 다른 만큼 이를 제도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