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후원' 구현모 전 KT 대표, 1심 벌금 700만원

입력
2023.07.05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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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민주주의 원리 침해... 시민 신뢰 훼손"

비자금을 조성해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다수의 명의로 나눠서 소액을 여러 번 후원하는 수법)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현모 전 KT 대표이사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구 전 대표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KT 관계자 9명에게도 300만∼400만 원대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구 전 대표는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사회·경제적으로 우월하고 자금 동원력이 강한 기업이 정치자금을 기부하면 법인의 이익이 상대적으로 과대하게 대표돼 민주주의의 원리를 침해할 수 있다"며 "공공성이 강조되는 정보통신사업체가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함으로써 일반 시민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구 전 대표 등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상품권을 매입한 뒤 되파는 방식으로 약 11억5,000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임직원과 지인 명의로 100만~300만 원씩 나눠 19, 20대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쪼개기 후원한 혐의로 기소됐다. 구 전 대표는 국회 정무위원회 등 케이티와 관련 있는 상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13명에게 자신의 명의로 정치자금 1,400만 원을 보내기도 했다. 정치자금법상 한 사람은 1년간 의원에 500만 원 까지만 기부할 수 있고, 법인이나 단체의 기부는 금지돼있다.

당초 검찰은 구 전 대표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업무상 횡령 혐의로 벌금 총 1,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그러나 구 전 대표는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업무상 횡령 사건은 현재 별개의 재판부에서 심리 중이다. 구 전 대표 측은 재판 과정에서 정치자금법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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